한국 철수를 선언한 까르푸가 당초 11일로 예정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발표를 미루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까르푸가 몸값을 불리기 위한 지연작전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까르푸측은 롯데마트와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이랜드 등 4개 업체가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4일 “9일까지 매각과 관련된 공식입장을 밝히고 11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각 주관사인 ABN암로 관계자는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아직 아무런 결정도 내린 게 없다”며 막판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까르푸측이 입부 업체들과 다시 개별 접촉을 하는 등 몸값 올리기 전략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늦어지는 것은 무엇보다 인수희망 업체의 제시가격이 까르푸의 희망가격과 차이가 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수희망 업체 관계자는 “까르푸는 최소 2조원을 기대하고 있으나 예상 밖으로 제시가격이 낮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가 평가하는 까르푸의 현재 자산가치는 1조2,000억~1조5,000억원선에 불과하며, 까르푸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감안해도 2조원은 부풀려진 가격이라는 설명이다. 업체들은 1조7,000억~1조9,000억원의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까르푸측이 ‘원하는 가격대를 써낸 업체들이 없다’며 업체들과 개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매각작업이 계속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각가 이외의 다른 조건들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 재무제표 등 관련서류를 검토하는데 2,3일이면 충분하다”며 “매각가격 이외의 다른 조건을 요구해 선정이 늦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각가 이외에 100% 고용승계여부는 물론, 매각대금을 원화로 지급할지 환전리스크가 생기는 유로화로 지급할지 등의 조건 등도 쟁점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줄다리기가 계속됨에 따라 까르푸측이 우선협상대상자와 예비협상대상자를 동시에 선정해 실사를 하도록 한 뒤, 다시 매각가를 제시하도록 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4개의 인수희망 업체 중 롯데마트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판 이마트와의 2파전 양상으로 바뀐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은 롯데마트의 인수 유력설에 대해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강조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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