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중진인 김덕룡 박성범 의원을 공천 비리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초유의 일벌백계 카드를 내던졌다.
12일 저녁 긴급 최고위원회 소집에 이은 허태열 사무총장의 전격 발표에 의원들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한나라당 클린공천 감찰단이 밝힌 두 중진의 공천 뇌물 수수경위는 이렇다.
박성범 의원은 올해 1월 중구청장 공천 희망자의 인척 장모씨로부터 케익 상자를 건네 받았다.
그 안에 미화 21만 달러가 들어 있었다.
뒤늦게 이를 확인한 박 위원장은 부인에게 "내일 아침 돌려 주라"고 말했고, 이후 돌려 준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돈을 건넨 장씨는 구청장 공천 탈락 확정 후 "돈만 받고 공천을 주지 않았다"며 당 감찰단에 투서했다. 김덕룡 의원의 경우 부인이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초구청장 공천 신청자인 서울시의원 한모씨의 부인 전모씨가 2월 김 의원의 부인에게 수차례에 걸쳐 현금 4억 4,000만원을 전달했다.
김 의원은 공천이 확정된 뒤 이 사실을 알고 돌려 주라고 했지만 한씨는 이를 가져 가지 않았다.
당 클린공천 감찰단 관계자는 "투서 내용만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두 의원의 뇌물 수수에 대한 충분한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한나라당이 소속 중진의 공천 대가 수수의혹을 자복하고 검찰에 넘긴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먼저 허 총장이 밝힌 액면 대로, 의혹의 진상규명이 당의 능력 밖이라는 판단 아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함으로써 두 사람이 희생되더라도 당의 깨끗한 선거의지를 과시하려 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일각에는 검찰에 두 의원의 수뢰혐의가 포착되고, 검찰이 수사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자 서둘러 터뜨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발(發)로 두 의원의 공천헌금 수뢰사실이 드러난다면 지방선거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미리 자복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허 총장은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두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수사경위야 어찌 됐든 검찰이 두 의원의 수수사실을 확인한다면 한나라당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5ㆍ31 지방선거의 악재가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차떼기당' 이미지가 되살아나고, 여당의 좋은 공격 거리도 될 것이다.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의 판세도 요동칠 공산이 크다.
13일 긴급 의원총회가 소집됐고, 수요모임 등 각 계파도 급히 회동일정을 잡는 등 당장 당내 파장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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