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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샴푸, 비누, 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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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샴푸, 비누, 치약

입력
2006.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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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비누나 치약을 아껴 쓰는 사람이 있을까? 식구 많고 살림이 어려운 집에서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쇼핑센터 사은품으로 비누세트를 받을 때가 있다. 미려한 자태에 향기 짙은 비누들이 가지런히 누워 있다. 아보카도니 올리브니 녹차니, 갖가지 성분들이 함유돼 있다고 포장지에 적혀 있다.

온 가족이 다같이 살던 그 옛날, 그런 선물을 받았으면 어머니는 무척 기뻐하셨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세수할 때나 세숫비누를 썼지 머리는 빨래비누로 감았다. 샴푸라는 것도 없었다. 중학생이 된 어느 날 친척집에 가서 ‘타미나’라는 이름의 샴푸를 처음 봤다.

그것은 친척아주머니의 화장대 위에 있었는데 투명한 튜브 속에 든 초록빛 젤이 참으로 신비로웠다. 여느 어머니들처럼 식구들 치다꺼리나 하는 분으로 여겼는데, 오직 그 아주머니에게만 쓸 권한이 있는 듯 화장대에 소중히 놓인 그 샴푸는 그 집 주부의 묵직한 위상을 느끼게 했다.

나는 수제 천연비누와 고급 미백치약만 쓴다. 식구가 없으니까 그런 사치가 가능하다. 천차만별의 비누와 치약과 샴푸가 쌓여 있는 게 요즘 세면실들의 풍경이다. 환경운동가들이 독약처럼 여길 그 아름다운 소모품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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