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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진출하는 세계화와 데려가는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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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진출하는 세계화와 데려가는 세계화

입력
2006.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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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가 현재 대세임에는 틀림이 없다.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또 선진 경영기법 및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여 한국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세계화를 통하여 우리가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또 밖에서 잘 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밖에서 잘 하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 보는 일도 생긴다. 그 이유는 ‘진출하는 세계화’와 ‘데려가는 세계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박찬호·이승엽 보려고 중계료 지불

‘진출하는 세계화’는 우리의 세계 시장 확대로 이어지지만 ‘데려가는 세계화’는 오히려 우리 시장을 내어주게 되는 역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데려가는 세계화’의 가장 전형적인 예가 한국의 우수한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다.

박찬호나 이승엽, 박지성 선수들이 해외에서 국위 선양을 한다고 하여 무조건 좋아만 할 일이 아니다. 이들이 그쪽에서 잘 할수록 그들의 스포츠 시장이 한국으로 확대되는 것이지 우리의 스포츠 시장이 그리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찬호 선수를 예로 들어 보자. 박찬호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미국으로 진출한 것이지만 미국의 시각에서는 미국 스포츠 시장으로 박찬호 선수를 ‘데려간’ 것이다. 박찬호 선수의 엄청난 연봉의 상당액이 한국으로 돌아오겠지만 박찬호 선수가 미국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이전에는 안 써도 되는 엄청난 돈을 미국에 쓰게 된다.

박찬호 선수의 경기를 보기 위해 비싼 위성중계료를 지불하여야 하고, 미국에 야구를 보러 가고, 박찬호 선수가 뛰는 지역으로 관광을 가고, 메이저리그가 한국 사람에게 관광상품이 된다. 반면 미국의 대부분의 야구 팬들은 박찬호 선수의 고향인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더더군다나 박찬호 선수가 아무리 미국에서 잘 한다 하더라도 미국 팬들이 한국 야구를 비싼 중계료를 내면서 보지는 않을 것이다. 즉 겉으로 보면 박찬호 선수가 미국에 진출한 세계화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박찬호 선수를 미국이 데려가서 한국까지 미국의 스포츠 시장을 넓힌 것이 된다.

이승엽 선수가 연일 일본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박지성 선수가 영국에서 맹활약을 해도 일본 사람들이 한국 야구를 보기 위해 중계권을 사거나 한국에 오는 일은 없을 것이며, 영국 사람들이 K-리그를 보기 위해 중계권을 사거나 한국에 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일본 및 영국으로의 진출은 ‘데려가는 세계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본에 돈을 내고 영국에 돈을 내게 되는 것이다.

연예인들도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진출한다고 한다. 그러나 연예인의 미국 시장 진출도 사실상 미국이 우리의 유명 스타들을 ‘데려가는’ 세계화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한국의 장동건이 할리우드의 미국 영화에 출연한다고 하자. 이 영화는 물론 미국에서도 상영되겠지만 결국 한국과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될 것이다.

●우리도 '데려오는 세계화' 전략 필요

장동건이라는 걸출한 아시아 스타가 출연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시아로의 수출은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장동건이 미국 영화에 진출했다고 해서 미국 사람들이 한국영화를 비싼 돈을 주고 수입해서 보는 일은 매우 드물 것이다.

홍콩 및 중국 배우들이 미국에 진출해서 많은 영화에 나왔지만 홍콩 영화가 미국에서 크게 성공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오히려 이들이 출연한 영화가 아시아 시장으로 물밀 듯 몰려왔다. ‘데려가는 세계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일방적인 ‘한류’ 때문에 아시아에서 반한류의 기운이 생겨난다고 한다. 이제 한국도 아시아 지역에서 ‘데려오는 세계화’ 전략을 수립하여 반한류도 완화하고, 또 우리의 시장을 아시아 지역으로 넓혀가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근ㆍ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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