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의 청년고용 자유화 입법에 대학생과 노조가 전국적 시위와 파업으로 맞선 최초고용계약법(CPE) 파동이 결국 정부의 패배로 끝났다. 두 달간 국정 마비와 민심 이반에 시달린 시라크 대통령은 법 시행을 포기, 대체 입법을 선언했다. 시라크 정부의 실패는 심각한 청년실업 완화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이 고용안정에 집착하는 민심에 밀려 좌초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고용 유연화와 안정이라는 엇갈린 과제를 동시에 짊어진 정부가 사회적 타협 노력을 게을리한 잘못이 크다는 지적이 훨씬 균형 잡혔다. 경제적 효율과 사회적 안정을 함께 돌보지 않는 개혁은 실패한다는 것이 진정한 교훈이라는 얘기다.
사태의 발단은 빌팽 총리가 26세 미만 근로자는 최초 고용 2년 동안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조항을 밀어붙인 것이다. 고용주들이 해고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 청년 고용을 늘릴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취업난을 겪는 대학생들은 신분보장 없는 견습기간을 2년으로 늘린 것이라며 반발했고, 노동계도 고용안정 장치를 차례로 허무는 신자유주의 공세로 간주해 동조파업에 나섰다. 자녀세대의 고용불안을 걱정하는 민심도 반대로 기울었다.
개혁입법의 좌초에 대해 대학생과 노조 및 좌파세력이 고용불안을 지나치게 우려하거나 과장, 일자리 창출을 스스로 막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청년실업은 사회적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대학 졸업자를 양산한 교육시스템이 근본 원인이고, 일자리 창출도 고용 자유화보다 경제 활성화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한층 설득력을 얻었다.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적극적인 영미쪽 시각이 프랑스 민심의 반대를 완고한 반개혁적 저항으로 규정한 반면, 독일 등 사회구조가 비슷한 주변국 언론은 정치적 야심에 치우친 빌팽 총리의 무리수를 처음부터 탓했다.
우리 사회도 프랑스의 경험에서 올바른 교훈을 얻어야 한다. 어떤 개혁이든 그 자체의 선악을 다투기보다 서로 부딪치는 가치와 이익을 조화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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