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이 황사를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방재 대책’을 다듬기로 했다. 매년 봄철이면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두고 새삼스럽게 ‘재해’ 운운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태풍 등을 떠올리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해가 갈수록 황사 발생 횟수가 늘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서 인적ㆍ물적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방재 당국이 당연히 가져야 할 자세다.
황사는 재해로 규정하기에 충분한 걱정 덩어리다. 우선 미세한 모래 먼지에 의한 호흡기나 눈, 피부 질환 등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하다. 실제로 지난 주말 지독한 황사가 전국을 덮은 후 병원을 찾는 어린이나 노약자 환자가 크게 늘었다.
산업 피해도 만만찮다. 당장 식물의 잎이 모래먼지를 뒤집어 쓰면 기공이 막혀 광합성에 방해를 받기 때문에 농작물 생육이 부진해진다. 각종 계측장비나 통신장비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도 물론이다. 특히 어지간한 거름장치나 집진장치로는 미세먼지를 다 거르기 어려워, 정밀가공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황사 발생일에는 불량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 반도체 등 정밀가공산업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데다, 정밀 표면가공 작업을 늦추는 데 따른 시간적 손실까지 고려하면 황사는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무엇보다 큰 걱정은 다른 자연재해와 마찬가지로, 인력으로는 발생을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국 내륙 건조지역의 사막화를 조금이라도 늦추어 보려는 식목 지원 활동 등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지만 지구규모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황사의 내습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직접 피해를 막는 데 매달릴 수밖에 없다.
황사를 자연재해로 인식하는 게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태풍처럼 기상청이 꼼꼼히 추적해 주의보와 경보를 발하고, 재해대책본부가 행동요령과 부문별 방재대책을 내놓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국민과 민간 산업체의 분명한 재해인식이 전제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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