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식대가 80%까지 줄어듭니다.”
보건복지부가 10일 병원 밥값에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했다며 내놓은 보도자료의 첫번째 문장이다. 그 동안 10만원 냈던 것을 2만원만 내면 된다는 뜻이니 국민에겐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받을 장기입원 환자들의 기쁨은 더욱 컸다.
하지만 이 문구는 좋게 말하면 좀 과장됐고, 나쁘게 말하면 약간의 거짓이 숨어 있다. 자료 뒷부분에 가산 금액이라는 생소한 항목이 끼어 있기 때문이다.
반찬을 골라 먹거나(선택 메뉴 가산), 병원이 식당을 직영하거나(직영 가산), 영양사를 기준보다 많이 두면(영양사 가산) 밥값이 올라가는데 이 경우에는 보험 혜택이 50%밖에 안 된다. 의료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게 복지부가 내세운 명분이지만 선택 메뉴 가산 외에 다른 항목은 선뜻 납득하기가 어렵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의료업계를 달래기 위해 불합리한 가산 항목을 줄줄이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밥값을 내린 게 아니라 오히려 정부 상한선까지 밥값을 올릴 수 있는 명분을 병원에게 안겨줬다는 주장이다. 이번 조치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은 5,000억원의 재원을 들여야 한다.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자칫 환자 부담 덜어주기보다 병원을 배 불리는 데 더 쓰이지는 않을까 은근히 염려가 될 정도다.
정부는 수년 내에 선택 진료제와 상급 병실 이용료 등도 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당연히 국민들은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건강보험 적용 확대는 복지 향상이라는 순기능이 있는 만큼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무턱대고 이를 반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병원 밥값의 가산 항목과 같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다시 생긴다면 어느 국민이 순순히 보험료를 내려 하겠는가.
사회부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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