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과 관련해 아직까지 등장인물은 관(官)에서는 국장ㆍ과장급이고, 외환은행에서는 부장까지이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등장인물 사이의 스토리 또한, 혐의가 확정된 것은 외환은행 매각 실무자들간의 불법적인 돈 거래말고는 개연성 수준. 그러나 금품 수수가 개입됐든 안됐든,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조작이 있었든 없었든 이들의 위선은 앞으로 ‘주연’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당시 김진표 경제부총리(현 교육부총리), 이정재 금감위원장(현 법무법인 율촌 고문),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감사원 또한 조사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외환은행 매각여부와 론스타로의 매각방식 등에 대한 결정은 2003년 7월15일 소위 ‘10인 회의’에 참석한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김석동 당시 감독정책1국장이 주도했다. 그 중에서도 변 전 국장이 주로 외환은행 매각건을 리드했는데, 이는 당시 ‘재경부=외환은행’, ‘금감위=카드대란’을 맡는다는 역할분담 때문.
10인 회의에는 청와대 행정관(과장급)으로 파견됐던 주형환 재경부 국장도 참석했지만, 주로 상황보고 차원이었다. 이 자리에서 은행법 예외규정(외환은행이 부실금융기관이면 론스타 인수 가능)을 적용해, 론스타에 대주주 자격을 주기로 결정했다.
당시 청와대 라인은 권오규 정책수석(현 경제협력개발기구ㆍOECD 대사) 이었지만, 변 전 국장이 매각 실무를 총지휘하면서 매각과 관련한 최종 결정은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담당했다. 실제 김 부총리는 7월22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외환은행 지분을 론스타에 매각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사흘 뒤 외환은행은 외자유치를 위한 협상자로 론스타를 선정했다. 외환은행 매각 관련해 정부측 최고 책임자라 할 수 있는 김 부총리가 감사원 조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정재씨는 당시 론스타에 대주주 자격을 승인해준 금융감독위원회의 위원장이자, 금감위에 BIS비율을 보고한 금융감독원의 원장. 직책으로 봐서는 외환은행 매각의 직접 결제라인이지만, 최근 의혹에서 ‘용케’ 비껴있다. 9월26일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최종 승인해준 금감위 회의에 ‘출장 관계’로 빠지는 등 외환은행 매각 건은 주로 재경부에 맡겼기 때문. 그러나 이 전 위원장 역시 감사원이 공개한 ‘금감원 간부의 BIS비율 6.16% 금감위 제출 압력’ 등 의혹에서 비켜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외환은행장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는 보다 따갑다. 이 전 행장은 ▦2002년 10월부터 론스타와 접촉해왔고 ▦헐값 협상 비판을 받았던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했으며 ▦론스타로부터 16억원의 경영자문료를 매각 이후 받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전 행장이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넘기기 위해 S고 후배인 전용준 매각실무팀장에게 BIS비율을 손 볼 것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전 행장과는 중학교 선후배 사이인 이헌재 전 부총리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부총리는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요건이 있는지 등 법률자문을 해준 법무법인 김&장의 고문으로 있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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