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안이 얼얼해지는 고추 술 맛보세요.”
공무원이 고추로 술과 식초를 개발, 특허까지 얻었다. 충북 괴산군 농업기술센터 생활지도사 박찬순(37ㆍ여)씨는 최근 고추술 제조법과 고추식초 제조법 두 가지를 특허 등록했다. 알코올 도수가 12도인 고추술은 술 이름 그대로 매콤한 고추맛이 짙게 배어난다. 술이 넘어갈 때는 목 안이 후끈거릴 정도다.
박씨는 수십 차례의 실험 끝에 발아현미에 생고추를 곱게 갈아 섞은 뒤 누룩으로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고추술을 개발해냈다. 개발 당시 도수는 18도였지만, 마시기 좋도록 증류수나 지하수로 희석해 12도까지 낮추었다.
고추식초는 고추술을 기초로 해서 만들어졌다. 고추술을 3배 정도 희석한 뒤 초산균을 넣고 15~20일 가량 발효시키면 된다. 고추식초의 장점은 새콤한 식초 본래의 맛과 함께 고추 특유의 매운 맛이 동시에 난다는 것. 때문에 두 가지 맛을 동시에 내야 제 맛이 나는 요리에 매우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겨자소스 등의 대용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매운 맛은 고추의 첨가량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다.
박씨가 고추를 이용한 식음료 개발에 나선 이유는 단순하다. 지역 특산물인 ‘괴산 청결고추’를 홍보하고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운 맛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고추를 이용해 만든 식품은 뭐든 성공하리라 확신했습니다.”
색다른 고추 가공식품을 궁리하던 그는 2003년 늦깎이로 충북대 식품공학과 대학원에 진학, 술과 식초 연구에 들어갔다. 2년여 동안 근무를 마친 후에도 매일 밤 도서관과 실험실을 오가는 강행군 끝에 지난해 6월 고추술과 고추식초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박씨는 “고추에는 질병 저항력을 높이고 비만을 줄이는 성분이 풍부한 만큼 웰빙시대를 맞아 고추 가공식품 분야가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소비자 선호도 조사를 거쳐 고추술과 식초의 상품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괴산군은 조만간 고추 가공기술이 뛰어난 지역 업체에 고추술, 고추식초 제조술을 이전해 대량 생산토록 할 계획이다.
괴산=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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