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그래요.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홍보도 잘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거기선 노래를 부르는 나 대신 웃고 떠드는 날 보여줘야 하잖아요. 그건 제 모습이 아니에요.”
가수 세븐(22)은 고지식한 청년이다. 2003년 데뷔곡 ‘와줘’로 전국에 힐리스(바퀴 달린 신발)를 유행시키고, 2집 ‘열정’과 3집 ‘난 알아요’의 연이은 히트로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이름을 떨친 아이돌 스타. 최근에는 코카콜라에서 그를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 5개국의 광고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인기를 빌려 오락 프로그램에 얼굴 비치고, 내친 김에 연기에 도전해 볼 법도 하다. 그러나 그는 “오직 음악”만 외친다.
세븐은 3월 ‘난 알아요’ 발표 후 음악 전문 프로그램에만 출연했다. 노래를 아무리 잘 해도 ‘X맨’같은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으면 앨범이 나왔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요즘 가요계 현실을 감안하면 보기 드문 행보다. 그의 대답은 명쾌하다. “음악으로만 승부하고 싶어요.”
세상 물정 모르는 청년의 치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3집 앨범 ‘24/7’이 거둔 성과는 음악의 힘이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24/7’의 수록곡들은 자극적인 힙합 비트와 강한 멜로디로 채워지는 요즘 댄스 음악들과 달리, 세련된 미디엄 템포에 한국인에게 익숙한 기승전결이 뚜렷한 멜로디를 조화시켜 미국 주류 힙합에서 독립한 새 트렌드를 제시했다.
그래서 아이돌 댄스음악으로는 드물게 여러 음악 비평 매체들로부터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은 것은 물론, 음반 쇼핑몰 핫트랙스, 오이뮤직 등에서 한 달 이상 1위, 지상파ㆍ케이블TV, 라디오 등의 방송 횟수를 종합한 ‘주간 종합 차트’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세븐은 또 격렬한 춤을 선보이면서도 모든 무대에서 라이브를 고집해 가수들의 립싱크 논란 속에 새삼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시선에 손사래를 친다. “실력이 검증됐다면 립싱크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라이브를 하는 건 립싱크가 재미없기 때문이죠. 립싱크를 해서 얻는 게 없거든요.”
그래도 한류 스타로 계속 뻗어나가려면 연기를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일본 활동 이야기를 꺼냈다. “일본에선 연기를 같이 하지 않는 한국 가수는 전혀 몰라요.
그래서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며 계속 노래를 부르니까 언제부터인가 음악만 들어도 좋아하더라고요.” 세븐은 일본에서 가수 활동만으로 정규 앨범 ‘First Se7en’을 오리콘 차트 8위에 올렸다. 15,16일 도쿄 요요기 체육관에서 갖는 공연은 일찌감치 전석 매진 됐다.
“음악의 힘을 믿어요. 누구도 음악 없이는 살 수 없잖아요. 제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무대를 보고 꿈을 가진 것처럼, 지금 어린 친구들이 제 무대를 통해 미래에 대한 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음반 시장은 무너졌고, 가수들은 살 길을 찾기 위해 ‘엔터테이너’가 되거나 연기자의 길을 택한다. 이런 시대에 음악의 힘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겠다는 이 청년의 꿈은 실현 가능할까. 조금은 무모해 보이지만, 응원하며 지켜보고 싶어진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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