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의 폐쇄적인 디지털저작권관리(DRM) 때문에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DRM은 원래 MP3 음악파일, 동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의 무단 사용과 불법 복제를 막고 사용료를 부과하기 위한 장치다. 예를 들어 포털에서 내려받는 MP3 음악파일은 자물쇠와 같은 DRM이 적용돼 있어 구매절차를 완료해야 재생할 수 있다.
콘텐츠 생산자에게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용자에게는 돈을 주고 구입한 만큼 콘텐츠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자는 취지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익숙치 않지만 미국 MIT는 2001년 DRM을 10대 미래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다.
보통 DRM이 적용된 음악파일은 돈을 주고 구입하면 제품 종류에 상관없이 어떤 MP3플레이어에서나 재생시킬 수 있어야 한다. 돈을 주고 산 CD음반을 모든 재생기기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재 국내 MP3폰 시장은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이통사들이 폐쇄적인 DRM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가입자는 휴대폰으로 음악파일을 들으려면 SK텔레콤의 음악포털 멜론(www.melon.com)에서만 내려받아야 한다.
맥스MP3(www.maxmp3.co.kr), 뮤즈(www.muz.co.kr) 등의 음악포털에서 돈을 주고 구매한 음악은 사용할 수 없다. KTF, LG텔레콤 등 다른 이통사들도 똑같다. 멜론은 이같은 폐쇄적 DRM 정책에 힘입어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디지털음악 시장의 1인자로 급부상했다.
문제는 유료 구입자들이 더 불편을 겪는다는 점이다. DRM 자체가 없는 불법유통 음악파일의 경우 간단하게 파일 형식을 변화시켜 휴대폰으로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돈을 주고 구매한 음악파일은 각각 DRM이 걸려있어 변환조차 불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부터 ‘멜론’의 폐쇄적 DRM 정책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에 나섰다. 공정위는 이 문제를 제기한 음악포털 업체 맥스MP3와 SK텔레콤 양측의 진술을 청취했으며 조만간 공식적인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맥스MP3 관계자는 “SK텔레콤 MP3폰에서도 ‘멜론’이외의 다른 음악서비스에서 내려 받은 음악을 듣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660만명에 이르는 SK텔레콤 MP3폰 이용자들이 멜론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SK텔레콤이 독자적 DRM을 개발함으로써 겨우 유료화 시장이 자리잡고 있는데 섣불리 DRM을 풀어주면 유료화 기반이 무너진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부는 조만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개발한 DRM 연동기술을 표준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통부에서 표준을 채택해도 강제력이 없어 이통사들이 기득권을 포기할 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파일 공유 서비스(P2P)에서 유통되는 음악파일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DRM 표준이 제대로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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