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은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을 뿐 아니라 동중국해에 산재한 가스전 개발을 두고도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그래서 동중국해는 동북아의 화약고로 불린다. 중국은 일본과 공동개발을 하자며 한일 공동대륙붕 인근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중동에서 원유를 실은 우리 수송선들도 동중국해를 반드시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이 지역은 국가적 관심해역이다.
공군이 제주에 전략기지를 추진하는 배경도 이런 사정과 맞닿아 있다. 국가의 운명이 걸린 에너지 수송로를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동중국해로 진출하는 최전선인 제주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의 견제 때문에 당장 전투기를 배치해 공격기지로 만들 수는 없지만 자국 선박 및 대륙붕 보호를 위해 정찰기나 초계기 등은 배치할 수 있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나아가 공군은 대양해군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제주 화순항 해군기지와의 합동작전의 필요성도 제기한다. 항모가 없는 우리 군으로서는 제주기지를 떠난 구축함 등이 동중국해를 통해 대양으로 나갈 경우 마땅한 보호수단이 없다.
함정과 함께 제주기지를 발진한 전투기들이 제공권을 장악하고 함정을 보호하면 기동전단의 안전이 확보된다. 한 군사전문가는 “제주 공군기지의 건설로 한국은 중_일_대만으로 이어지는 동중국해의 삼각지대에서 제한적인 균형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F_15K의 도입을 제주공군기지 건설과 연계 시키는 시각도 있다. F_15K는 전투 행동반경이 1,800㎞로 제주에 배치할 경우 북한지역 최북단뿐 아니라 동중국해까지 커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공군이 F_16과 F_16K를 도입할 때 새로운 전투비행단을 만들었던 것을 감안할 때 F_15K를 배치할 새로운 전투비행단으로 제주공군기지가 건설된다는 설명까지 곁들여 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공군은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반발을 고려한 듯 “계획에 들어있지 않다”고 강력 부인했다.
제주 공군기지 건설에는 다른 걸림돌도 산적하다. 우선 제주에 해군기지와 함께 공군기지까지 건설함으로써 국제적인 평화ㆍ관광도시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부담이다.
공군 관계자는 “해군의 제주 화순항기지 건설도 주민 반대로 봉착 상태인 마당에 공군기지 건설계획까지 불거지면 둘 다 죽을 수도 있다”며 공론화할 수 없는 고민을 털어 놓았다. 공군은 이 때문에 아직까지 제주도에 공식 협조제의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공군기지의 환경문제도 큰 부담이다. 천혜의 관광지인 제주에 전투기가 뜨고 내릴 때 발생하는 소음은 주민불편뿐 아니라 관광객 감소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은 “공군기지는 아름다운 제주를 전투기 발진음으로 오염 시킬 게 뻔하다”며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도시의 확장에 따라 공군은 이미 대구와 광주 등에서 기지를 이전해 달라는 민원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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