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도주해온 이탈리아 마피아 ‘보스 중의 보스’가 끈질기게 그를 쫓아온 검사의 손에 11일 검거됐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이날 “시칠리아 섬에 본거지를 둔 악명 높은 마피아 ‘코자 노스트라’의 두목 베르나르도 프로벤자노를 시칠리아 콜레오네의 한 농가에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들의 일’이라는 뜻의 ‘코자 노스트라’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피아 조직으로 프로벤자노는 1993년부터 이 조직의 보스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33년 콜레오네에서 태어난 프로벤자노는 십대에 마피아에 합류해 60~70년대 이탈리아를 주름잡던 마피아 보스 루치아노 레기오 밑에서 활동했다.
63년 마약 거래 및 살인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직후 종적을 감췄지만 ‘숨어있는 대부’로 불리며 마피아 실세로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레기오 체포 후 마피아를 접수한 살바토레 ‘토토’ 라이나 아래서 ‘넘버 2’로 활동하던 81~82년에는 수천명의 반대파를 제거한 피비린내 나는 마피아 전쟁을 진두지휘해 악명을 떨쳤다.
라이나가 이탈리아 판사 살해 등의 혐의로 93년 종신형을 선고 받은 후에는 마피아 두목에 올랐다. 사망설이 돌기도 했지만 마피아 조직원 검거 현장에서 “신의 가호가 있기를” 등 그가 직접 쓴 메모가 종종 발견되면서 이탈리아 검찰의 심기를 건드렸다.
40년이 넘는 도피생활에는 고향인 시칠리아에 형성한 끈끈한 인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이날 “프로벤자노는 시칠리아의 집 사이를 옮겨 다니며 생활했으며 심지어 최근에는 프랑스 마르세이유에 있는 병원에서 전립선 수술을 받기도 했다”며 “수많은 사람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년간 그를 좇아 검거에 성공한 마피아 소탕 전문 검사 피에로 그라소는 이날 이탈리아 RAI 라디오에 출연 “매우 만족하며 감격스럽다”고 감회를 밝혔다.
아울러 이탈리아 카를로 치암피 대통령도 “아주 큰 기쁨”이라고 축하 인사를 전하는 듯 이탈리아 정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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