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11일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납북 당시 13세)씨의 남편이 30여년전 납북된 한국인 김영남(金英男ㆍ납북 당시 16세)씨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에 납치된 메구미씨의 딸 김혜경씨와 한국인 납치피해자 김영남씨 가족의 DNA를 감정한 결과 두 사람이 혈연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아베 장관은 “이번 결과로 납치문제가 일본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한국에도 납치피해자가 있고 그들이 북한에 생존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한국 정부에 앞으로 적극 협력해 나가자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개 기관에 검사를 의뢰했고, 두 기관 모두가 같은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외무성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납북자 가족들에게 통보했다. 6자회담 일본측 대표인 사사에 겐이치(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ㆍ대양국장은 이날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동북아협력대화에 참석 중인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감정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월부터 1977~78년 납북된 것으로 추정되는 김영남씨 등 한국인 피해자 5명의 가족으로부터 혈액과 모근 등을 제공받아 DNA 감정을 해왔다.
이는 납북됐다가 일본에 돌아온 일본인 하스이케 가오루(蓮池薰ㆍ48) 부부가 요코다 메구미의 남편이 한국인이라고 증언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02년 9월 평양에서 김혜경을 면담하면서 그의 DNA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시료를 확보했다.
북한은 77년 일본 니가타(新潟)현에서 납치해온 메구미가 86년 ‘김철준’이라는 북한 남성과 결혼해 이듬해 딸을 낳은 뒤 94년 자살했다고 설명해왔다.
고교생 때 전북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된 것으로 추정되는 김영남씨는 그동안 한일 납북자 가족회 등에서 메구미씨의 남편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이 줄곧 제기돼 왔다.
정부는 이에 대해 “자체적으로 사실 관계를 재확인한 뒤 북한에 거주 중인 요코다의 딸 김혜경양과 남편에 대한 송환 여부 등 대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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