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외환은행과 금융당국의 석연찮은 결정들이 확인되면서 매각계약을 원인 무효로 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추론할 수 있는 외환은행 매각 경위는 크게 세 가지로, 각각의 경우에 따라 가능한 법적대응 방안도 차이가 난다.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어느 경우에도 외환은행 매각을 원천적으로 무효로 돌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11일 이번 사태가 국민은행 재매각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법률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혀 앞으로 전개방향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정부와 론스타가 공모한 경우
먼저 정부와 론스타가 짜고 건실한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금융기관으로 만든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다. 정부로선 외환은행을 조기에 매각해야 한다는 정책적 목표에 쫓겼고, 론스타도 외환은행 인수 욕구가 강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다.
이런 상황이었다면 론스타가 정부 당국자에게 금품을 주고 인수에 걸림돌이 됐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이 경우 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있다. 민법 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돼 있다.
한상혁 변호사는 “론스타가 불법행위로 주식을 취득한 경우 외환은행의 전 주주(수출입은행 코메르츠방크 등)가 매각을 원인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외환은행이 공모한 경우
론스타는 정당하게 계약을 했지만 정부가 외자유치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론스타에 유리하게 맞춘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이 경우엔 론스타의 인수 계약을 원인 무효로 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론스타측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원인무효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BIS 비율 조작에 관여한 재정경제부나 금융감독원 당국자는 업무상 배임으로 처벌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외환은행의 정확한 BIS 비율 산정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당사자들이 정책적 판단이었다고 주장한다면 불법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론스타와 외환은행이 공모한 경우
정부가 론스타에게 대주주 자격을 부여하고 인수를 허가한 과정에는 문제가 없지만 외환은행 경영진이 론스타에게 은행 내부자료, 매각협상 조건 등 핵심 기밀을 알려주며 내통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론스타는 매각협상이 공식화(2003년 7월)되기 이전인 같은 해 1월 외환은행에 “(은행의) 기밀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에 감사한다”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이 퇴직 후 받은 거액의 자문료가 매각 과정에서 론스타에게 도움을 준 대가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외환은행과 론스타가 내통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계약을 무효로 돌릴 수 없다는 견해가 많다.
하창우 변호사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의 핵심 고리였던 BIS 비율 조작에 관여했거나 정부 당국자에게 돈을 준 경우에만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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