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문장 청소년 문학상’3월 시 장원에 김재현(대구 달성고) 군의 ‘말(馬)’, 이야기글 부문에 주나영(부천 원미고) 양의 ‘어느 성스러운 죄인의 고백’, 생활글 부문에 홍영준(서울 영동고) 군의 ‘옷을 벗는다’, 비평글 부문에 양귀현(광명 명문고) 군의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가 각각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www.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 말(馬) / 김재현(대구 달성고)
1. 할머니, 들어봐요. 할아버지의 몸 속에서 말이 달리고 있어요. 저 늙고 지친 뼈를 차고 달려오고 있어요. 논을 매고 약초를 캘 때 굽혔던 허리 속에서 아버지와 나를 끌어안을 때 굽혔던 팔 속에서 뚜둑 뚜둑 저 늙고 지친 관절 속에서 튀어나오는 이 눈부시게 거친 말발굽의 함성 할아버지의 몸 속에서 미친듯이 미친듯이 휘돌아 달려나가는 말들의 떼
2. 틀렸다, 아가야. 어디까지 왔는지 돌아보는 그의 눈 속은 지금 간조(干潮)다. 하얗게 새어버린 갈기 속에 숨어있는 말들의 높바람 같은 숨 툇마루에 앉아 담배 잡는 네 할애비의 손가락에서 들려오는 뚜둑 뚜둑. 들어보면 그것은 말발굽 소리가 아닌 말들의 주저앉는 소리
3. 그의 몸 속에는 보이지 않는 말들이 있다. 어딘가를 향해 다리를 차내며 달려가지만 문득 돌아보면 그곳은 어디도 아닌 곳 밀물로 밀려온 곳이 육지(陸地)가 아님을 알아 다시 썰물로 빠지는 바다의 형상 아,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 발을 굴러야만 하는 말무리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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