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20세기 최악의 조건에서도 미 대륙 횡단철도 건설 등 세계적 역사(役事)를 맡아 고난을 짊어졌던 중국의 민초들이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홍콩 아주주간(亞洲週刊)은 최신호()에서 정정이 극도로 불안한 이스라엘 건설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국 민공(民工)들의 수난을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지난해 11월 이스라엘 유대인 정착촌에서 건설노동자로 일하다 기중기에 부딪쳐 숨진 장쑤(江蘇)성 출신 민공 왕메이진(王美進)의 사연을 전했다.
4년 전 6만 8,000위안(880만원)을 노무용역회사에 알선비로 주고 자신이 일할 곳의 위치나 정황도 모른 채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 건설 현장을 찾은 왕은 오자 마자 자신의 비자가 불법비자가 돼 최악의 3D 공사판을 전전했다.
불법 거주노동자의 값싼 인건비를 선호하는 이스라엘 건설업체들은 중국 노동자들에게 주당 2시간의 자유시간만을 허용하며 착취를 일삼고 있다. 헬밋 등 안전장비를 전혀 갖추지 못한 살인적인 노동환경도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왕도 사망 당시 헬밋을 쓰고 있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에 왕과 같은 중국의 노동자가 4만 명에 이른다.
중국 민농은 본래 9억에 이르는 중국 농민을 가리킨다. 가난을 견디지 못한 농민들 중 1억 5,000만은 현재 중국내 도시에서 일하고 있으며 50여만은 이라크 등 모든 노동자들이 꺼리는 해외의 열악한 건설현장에 있다.
중국 내 민공 1억 5,000만명이 고향에 800억 달러를 부쳐주는데 비해 해외 민공 50만명의 중국 송금액은 213억 달러에 달한다. 이들이 귀국할 때 직접 가져가는 돈까지 합하면 3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은행은 “해외 민공의 수입과 생산력은 중국 경제의 커다란 잠재적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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