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학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 미래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 유연한 디스플레이를 머리띠처럼 붙이고 다니며 패션유행을 만들고, 자동차 트렁크마다 수소저장용 금속을 넣고 다니며 에너지로 사용하고, 나노기술을 이용해 감도 높은 센서를 활용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20~21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릴 한국화학공학회(www.kiche.or.kr)의 봄 학술대회 심포지엄 주제를 통해 살펴본 미래의 핵심기술들이다. 한국화학공학회는 올해 지속적 발전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한 11개 심포지엄을 연다.
다른 분야가 융합하고, 학계와 산업계가 동참하는 학회 모습이 이례적이다. 학회 회장인 문상흡 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 교수는 “소위 ‘교수들의 장난’에 그치는 학회의 타성에서 벗어나 산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학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 발표 수준을 높이고 산업계가 동참하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둘둘말아 갖고있다 펼치면 화면이
종이처럼 둘둘 말아 갖고 다니다가 휴대폰에 꽂아서 위성방송을 즐긴다, 군복 소매에 붙여 작전용 화면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위한 세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미국 일본의 교수들과 삼성종합기술원 LG화학 등 산업체 연구원들이 모인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유기물 소재 개발, 잉크젯 프린터처럼 넓은 범위에 균일하게 코팅하는 공정 기술 등이 발전해야 가능하다.
이홍희 서울대 교수는 “5~10년 뒤면 액정디스플레이(LCD)는 완전히 죽고 결국 유기물 디스플레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질 낮은 일회용과 최고급이라는 양극화를 전망했다. 그는 “고분자 유기물은 소재와 공정이 저렴하게 개발될 수 있어 신문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신문 가격(500원) 정도에 사서 쓰다가 버리는 일회용 디스플레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폭화약과 둔감탄약-필요할 때만 터져 사고확률 0
화약의 성능은 폭발력이 높은 것이 최고라고 여기기 쉽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필요한 때에만 터지는 제어력이다. 쉽게 터지는 화약은 저장, 이동 중 폭발 사고로 오히려 아군의 전력을 손상하기 때문.
고폭화약과 둔감탄약은 폭발력이 엄청나면서도 기폭제의 에너지가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면 터지지 않는 화약을 뜻한다. 국방과학연구소 김현수 박사는 “심지어 불이 붙어도 폭발하지 않고 타버리고 마는 둔감탄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화약을 둔감하게 만들기 위해선 화약 입자에 고분자결합체를 혼합하거나 코팅하는 기술을 활용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폴리우레탄을 이용한 둔감탄약 기술 등이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된다.
●나노바이오소재-나노 자석입자 부착 이식치료 새장
나노 규모의 바이오 소재는 의약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에 나노자석입자를 붙여 원하는 부위에 붙도록 유도하는 박태현 서울대 교수의 발표가 그런 것이다.
심근경색환자나 신경손상환자에게 성체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치료가 시도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원하는 부위에 자리를 잡고 자라도록 하는 것이 난관 중 하나다. 박 교수는 “박테리아에서 발견되는 나노 크기의 자석입자를 줄기세포에 결합시킨 뒤 몸 밖에서 자석을 이용해 심장으로 가도록 유도하거나 끊어진 신경부위에서 자라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약물을 나노미터 크기로 만들어 위를 거치지 않고 전달하는 약물나노전달체, 생체 속 세포나 분자의 변화를 측정하는 나노센서 등이 발표된다.
●수소저장기술-고체사이 수소기체 저장 신기술
수소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수소저장기술은 최근 화공학계에 유행처럼 급부상했다. 액체 수소를 고압통에 저장하는 현재의 기술 수준을 너머 고체 사이에 수소기체를 저장하는 기술이 연구 중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유기금속화합물, 표면개질 탄소섬유, 금속수소화물, 무기 나노재료 등 금속저장기술에 대해 살펴본다.
●생태산업단지-굴뚝도 하수구도 없는 생태공장
‘굴뚝도 하수구도 없는 공장?’ 화학공장이라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앞으로는 산업단지 자체를 청정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생태산업단지’ 개념이 추구된다.
공장마다 생산 공정을 유기적으로 연결,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과 함께 생산의 결과로 나오는 부산물과 오염물을 각기 주고받도록 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오염물은 줄인다는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포항, 반월·시화 단지의 구축 추진현황이 발표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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