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37)씨는 이른 아침 남편과 초등학생인 두 아이가 집을 나서고 나면, 싱크대와 옷장 등 집안 곳곳에 숨겨둔 술병을 찾는다. 둘째 아이를 낳은 후 산후 우울증을 겪으며 술을 마시기 시작한 김씨는 요즘 매일 막걸리 2병, 소주 1병을 마시며 종일 취해 지낸다.
‘키친 드링커’(Kitchen Drinker), 가족이 없는 시간 집안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주부 알코올 중독자들이 늘고 있다. 주부 알코올 중독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기 전까지 가족들이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녀들은 왜 알코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KBS 2TV ‘추적60분’은 12일 밤 11시5분 방송하는 ‘키친 드링커를 아십니까’를 통해 이미 6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여성 알코올 중독자들의 실태를 추적한다.
“늦게 퇴근하는 남편 때문에 불면증이 생겨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젠 제 의지로는 어떻게 할 수 없어요.”(40세 주부) “매일 집에서 소주 2,3병을 마셔요. 열 다섯살 짜리 딸아이가 있어요. 치료하고 싶어요.”(39세 주부) ‘추적60분’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사연을 제보한 여성 알코올 중독자들은 한결같이 “술을 끊고 싶지만 내 힘으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알코올 중독이 남성보다 심각한 이유로, 신체적 차이 외에 사회적 편견과 그로 인한 음주 행태의 문제점 등을 든다. 제작진은 여성과 남성 알코올 중독의 차이점을 알아보기 위해 알코올 치료 전문병원의 남녀 환자들을 1주일간 집중 관찰하고, 설문조사 등을 통해 여성 환자들이 술을 끊기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 알코올 중독의 예방ㆍ치료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도 점검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