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속도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쾌속 질주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한다면 노동력 공급의 감소, 생산성 감소로 말미암아 저성장 시대에 돌입하고 국민연금 등 사회안전망 재정의 고갈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고령화라는 심각한 파고가 점차 우리에게 접근해 옴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의 고령화 대책은 패러다임조차 확립되지 못하거나 마련된 대책 메뉴들도 살펴보면 단기적이고 대증적인 측면이 강하다.
●정년퇴직자 재고용제 도입 필요
고령화 정책은 크게 복지정책ㆍ노동정책ㆍ산업정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복지ㆍ노동정책 차원에서는 고령자의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 주고 고령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만으로는 고령화 사회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으며, 보다 근원적으로는 산업에 기초한 고령화 정책을 통해 고령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고령화 대책을 살펴보면, 고령인력 활용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산업정책이 개발되거나 고령친화적으로 기업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산업구조와 기업제도에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노동공급자 위주의 고령자 정책은 고비용ㆍ저효율로 말미암아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고령인력 활용을 위한 몇가지 산업정책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정년퇴직자 재고용제를 도입하고 정년퇴직자들을 재활용하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일본의 히타치, 미쓰비시, 후지전기, 미국의 Days Inn 등 저임 고령노동을 활용하여 기업과 고령근로자가 동반성장한 외국 사례들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중고령 인력 적합직무를 개발하고 정부는 이러한 기업의 노력에 대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고령자의 경험과 지혜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직무를 개발하여 고령노동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인력가치 활용 극대화를 통한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기업의 인사·급여체계도 바꿔야
일본의 경우 고령노동력 활용을 위한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비용 지원 뿐만 아니라 커리어 컨설턴트, 고령자 고용 어드바이저, 사회보험사를 두어 고령친화적 작업장 및 급여체계 개선을 위해 코칭하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는 고령자 직장개선 사례를 집적하여 직무재설계, 인사임금, 건강관리, 능력개발의 사례를 산업별로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음으로, 고령인력을 주로 활용하는 신규사업과 실버비즈니스 신규산업의 창업을 촉진하여 산업의 고령노동 흡수력을 상승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50세 이상의 중고령 인력이 전체 인력에서 50% 이상 차지하는 신규사업을 창업하는 경우 이에 대한 정책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산업정책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하여 중고령 인력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기업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 기업의 인사관리도 개혁되어야만 한다. 기업내 인사관리는 사람 중심에서 직무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급여체계도 호봉제에서 생산성에 연동된 급여체계로 전환하여 고령자의 조기강제퇴직의 유인을 억제하고 근로자의 직무능력을 생애에 걸쳐 숙성시켜 나가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선진국의 톨게이트, 비행기, 고급식당 등을 가보면 고령노동자가 우아하고 자신있게 근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선진국의 고령노동 일자리가 우리의 경우는 청년층 노동으로 채워지고 있다. 또한 일반 관리직에서 후배가 상사로 오면 선배가 퇴직하는 문화도 개선되어야 한다. 직무중심의 인사관리 체계에서 중요한 것은 선배ㆍ후배가 아니라 직무능력인 것이다. 더 나아가 앞으로 고령화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도 고령사회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배워야하는지 학교교육에서부터 접근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조준모ㆍ성균관대 교수ㆍ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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