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 금융감독원이 외환은행 경영현황을 금융감독위원회에 보고할 때 금감원 담당 국장이 외환은행 측이 낮게 산정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사용하도록 지시했다는 증언이 감사원 조사에서 나왔다.
또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은 BIS 비율을 6.16%로 낮게 산정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 하복동 제1사무차장은 10일 “금감원 수석검사역 이모씨가 ‘국장의 지시로 금감원이 파악하고 있던 BIS 비율 대신 외환은행이 팩스로 보고한 BIS 비율을 사용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당시 금감원이 파악하고 있던 BIS 비율은 9.14%로, 이를 사용했다면 외환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볼 수 없어 론스타 펀드의 외환은행 인수는 불가능했다.
하 차장은 “당시 외환은행이 BIS 비율을 산정하는 데 사용한 구체적 수치에 일부 오류가 있었음을 이 전 행장이 시인했다”고 말했다.
하 차장은 “당시 외환은행의 BIS 비율 산정업무는 사망한 외환은행 허모 차장이 전담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 관련자의 진술이 엇갈린다”며 “(윗선의 개입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조만간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을 불러 BIS 비율 조작에 관여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또 BIS 비율 재산정 작업도 이번 주 중 마칠 계획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영수 부장)도 외환은행 매각 당시 BIS 비율이 조작됐다는 의혹에 대해 전ㆍ현직 임직원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매각팀장 전용준(50)씨가 BIS 비율 조작에 깊이 관여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전씨는 (BIS 비율 산정업무를 전담한) 허모 차장의 직속상관이기 때문에 (BIS 조작 내막을) 몰랐을 리 없다”며 “수사 초기 단계에서 전씨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말했다.
검찰은 이날 매각 당시 외환은행으로부터 자문료 12억9,500만원을 받아 전씨에게 사례비 명목으로 2억원을 준 엘리어트홀딩스 박순풍(49)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의 횡령 및 증재 혐의로, 전씨를 수재 혐의로 각각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종석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박씨는 노트북을 폐기하는 등 증거를 없애려 했고 전씨도 검찰의 압수수색에 미리 대비한 정황이 엿보인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전씨를 상대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 BIS 비율 조작 경위를 집중 조사하기로 하고, 은행 전ㆍ현직 임직원 등 5명을 추가로 출국 금지 조치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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