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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중인 연극연출가 강영걸씨/ "암 고통 때문에 무대 떠날 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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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중인 연극연출가 강영걸씨/ "암 고통 때문에 무대 떠날 순 없죠"

입력
2006.04.1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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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문화예술상에서 그는 연극 부문 유일의 수상자였다. 그러나 거기서 받은 상금의 상당 부분은 PET(양성 전자 단층 촬영)에 소요돼야 했다. 몸의 암세포를 샅샅이 찾아내주는 첨단 의료기술. 불행 중 다행일까, 폐에서만 티끌만한 암세포가 발견됐다. 낯익은 고통의 시간이 연출가 강영걸(64)씨를 엄습해 왔다.

“의사는 무조건 수술한 뒤, 항암 치료에 들어가자고 하더군요.” 그러나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번 제27회 서울연극제 참가작인 ‘지대방’의 연습이야말로 현재 자신을 확실하게 받쳐주는 노둣돌인 까닭이다.

“죽는다는 건 정말 하나도 안 무서워요.” 암 때문에 이미 한 차례 대수술을 치러냈기 때문일까, 그의 육신은 병상의 기억을 떨치려는 듯 현장으로만 달려갔다. 지난해 1월 받은 암 수술로 연습장과 무대를 떠나가 있어야 했던 시간은 그에게 죽음보다 모진 것이었다.

“10시간 대수술 끝에 위 일부를 포함한 식도를 절개했어요. 그런데 정말로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현실을 도대체 믿을 수가 없었다는 사실이었죠.” 눈 감으면 신나게 연습하는 장면만 떠올랐다. 두 달은 있으라는 의사의 권유를 한 달 입원으로 막음하고 말았다.

병상을 뛰쳐 나온 그는 곧바로 ‘세계 사물놀이 축제’, 공주의 ‘고마나루 축제’ 등의 심사위원으로 현장을 지켰다. 그러다 10월부터는 박정자씨와 함께 ‘19 그리고 80’ 만들기에 들어갔다.

“자기 일에 최고가 아니라, 최선을 다 하자.” 그의 지론은 거저 생기지 않았다. “젊을 때는 아주 독종이었어요.” 그에겐 이빨 6개가 없다. 작품 안 풀려 밤을 새는데 심사도 꼬이는 바람에, 그러잖아도 흔들거리던 치아를 스스로 왕창 뽑아버린 게 40대 초반. “마침 들이닥친 언어 혐오에다 결벽증까지 겹쳐, 도통 말 않고 살다시피 했어요.” 실어증 소리까지 들을 정도였다.

그를 구원한 것은 또 다른 무대였다. 질식할 것 같은 시대, 무대예술에 한 줄기 바람이었던 공간사랑에서의 10년 세월은 ‘우리 것’에 눈뜨게 해 주었다. 심우성, 강준혁씨 등과 함께 전혀 새로운 국악 연희 양식을 만들고 거기에 ‘사물놀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사람이 바로 그다. 김용배(작고) 등 원조 사물놀이 단원들이 벌이던 격렬한 싸움을 옮기는 그의 입에 침이 튄다. 그 시절, 비로소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곁을 주기 시작했다

조밀하던 검은 수염은 이제 거지반 백발이다. 이제는 몸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안다. “배우 양희경씨 추천으로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침을 40여일째 맞고 있어요. 제 연극팬인 한 한의사는 기어이 택배로 약을 부쳐 와요.”

그가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연극 ‘지대방’은 5월12일~7월9일 김동수 플레이하우스에서 상연될 예정이다. 연극을 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의 삶은 극단 동랑레퍼토리 소속의 뮤지컬 배우인 딸 윤경(26)씨를 통해 전승되고 있다. 아마 1급 실력의 바둑도 그에게 힘이 된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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