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교육섹션-공부야 놀자/ 2006학년도 한양대 정시 논술고사(인문) 문제 해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교육섹션-공부야 놀자/ 2006학년도 한양대 정시 논술고사(인문) 문제 해설

입력
2006.04.10 00:06
0 0

가. 논제 분석

안경 끼는 것은 자연스럽다. 지금 일부는 인공관절(뼈), 인공심장을 넣는다. 그러나 안경․의족에 인공달팽이관․인공관절․인공심장을 동시에 달면, 50년 뒤 인공사지에 인공 폐․심장․신장․위장을 달면, 100년 뒤 뇌만 있고 나머지가 모두 기계이면, 그리하여 하나의 뇌가 10년마다 인공몸체를 바꾸어 장수하면, 우리는 이를 판정하기(사람?기계?)가 쉽지 않다.

이러면 몸에 있는 인공부품과 자연신체의 무게․부피 비율(가령 인공장기의 부피가 신체의 90%이면 비인간으로 판정) 또는 뇌(이성)의 작동여부로 ‘인격체’를 구분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로봇이 학습․상상․감정 등 뇌의 고급 기능(이성)까지 가지면 ‘인격체’가 되는가, ‘법인체’처럼 반인(半人)반기계(半機械)의 새로운 인격체를 만들어야 하는가, 사용자인 인간은 기계와 어떤 식으로 상호 공존해야 하는가? 끔찍(편견?)하지만 피할 수 없는 미래이고, 답해야 하는 새로운 물음이다.

이처럼, 사람과 기계를 구분하는 ‘인간의 정체성(기준)’은 무엇이고 어디까지인가, 인간과 기계의 ‘상호 관계’는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이 논제이다.

한양대 논제는, 일부 대학처럼 영어잡지를 손쉽게 번역하는 대신, ‘인간의 정체성’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과학기술의 시대에서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도록 만들었다. 학교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정상적인 고교교육을 배려하였다. 1939년 국내 최초의 공과대학이 세워졌다. 뛰어난 교수들의 재기(才氣)가 한 눈에 드러나는 문제이다.

나. 제시문 분석

제시문 (가)는 그림과 설명이다. 그림1은 한국이 개발한 휴보라는 컴봇(컴퓨터+로봇)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진화한 컴봇은 인간과 동등하다고 주장한다. 그림2는 96년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공각기동대> 의 한 장면으로서 인간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진화한 휴머노이드(컴봇)이다. 그림1에서 인간과 기계는 다정스럽다. 하지만 그림2는 전사(戰士)로서 대비된다. 글 (가)는 “인간(그리고 휴머노이드)은 무엇인가?”를 성찰해보라는 도입부․문제제기이다.

’네 번째 불연속’에서 인용한 제시문 (나)는 인간과 기계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기계는…말이나 신호를 사용할 수 없다.” “기계는 인간처럼 이성에 의하여 움직이지 않”는다.

제시문 (다)는 영화 <매트릭스> 의 시나리오이다. 인간과 기계는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 기계들은 우릴 살리고, 또 다른 기계들은 우릴 죽이려고” “우리도 이 기계들과 다를 게 없지” “조종하고 조종받는 관계는 뭘까?” 기계들의 스위치를 꺼버리면 인간(우리 지하도시)의 생존은 불가능해진다.

다. 답안 작성

답지는 출제자의 요구대로 작성한다. 먼저 (가)의 그림․설명이 의미하는 바를 요약한다. 이를 바탕으로 (나; 전통적 관점; 인간과 기계는 구별된다)의 논지를 구체적으로 비판한다. 끝으로 ‘(가),(다; 미래의 새 관점; 인간과 기계는 다를 게 없지)를 참고’하여 미래사회에서 새롭게 설정될 ‘인간의 정체성’과 ‘인간․기계의 상호관계’를 논술한다.

(가)의 입장에서 (나)를 비판하면, 움직이는 몸을 가진 컴봇은 학습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며 일반화된 사고를 한다. 스스로 진화하면서 인간이 하는 일은 모두 한다. 이러면 인간과 기계의 전통적인 구분(언어․이성)은 무너진다. 기계는, 과거에는 눈금․경고등燈을 사용하였으나, 이제는 ‘인간의 언어’로 자신의 상태(주인님, 다리 부분에 윤활유가 부족합니다)나 사고(思考)의 결과를 표현한다.

체스경기처럼 인공지능과 빠른 병렬계산으로 인간을 능가하기도 한다. 출력에 따라 입력이 교정되는 피드백은 벌써 많은 기계에서 사용된다. 인간의 정체성 기준에서, 데카르트는 중세의 ‘영혼’을 근대의 ‘이성’으로 대체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출제자는 (가),(다)에서 컴봇․휴머노이드의 능력이 뛰어나다, 인간․기계의 차이점이 없다고 설명하였다. 이는 인간의 새 정체성과 양자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라는 권유로 보인다. ((가)(다)를 반박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는 기계 없이는 살 수 없다. 인간은 아마도 기계와 “협동하여 새로운 세상을”만들어 나가야 할 듯 하다.

/전지용ㆍ솔로몬논술 노량진한샘학원강사 ㆍ

전지용 강사 ilm8338@hotmail.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