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세훈 전 의원의 정계복귀는 화려했다. 오 전 의원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경선 출마선언을 한 서울 염창동 당사 기자실에선 보도진의 플래시가 쉴새 없이 터졌고, 당 안팎 경쟁자들의 시선은 그에게 집중됐다. 2년3개월만의 복귀였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 가슴을 멍들게 한 사람들(여권)이 화려한 포장을 통해 단 한번의 선거로 면죄부를 받게 될까 두려워 희망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2004년 1월 17대 총선을 앞두고 “출마를 하지 않고 정치를 접겠다”던 그였기 때문이다.
당시 오 전 의원은 당내 5ㆍ6공 출신 정치인들의 용퇴를 주장하다 “살신성인의 선례를 남기기 위해” 출마를 포기했다. “현실정치에서 결실 보다는 좌절과 실패가 많았다”는 고백도 했다.
결국 이것이 도화선이 돼 20여명의 중진 의원이 줄줄이 불출마선언을 했고, 당의 물갈이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 오 전 의원의 솔직한 고백과 결단은 그래서 더욱 높이 평가됐다.
그러나 오 전 의원은 이날 생각을 바꿔 정치를 재개하는 데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하지 않았다. “정치상황에 대한 책임감 때문으로 이해해달라”며 피해갔을 뿐이다.
정치인의 거취는 개인적 결정인 동시에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이유를 설명하거나, 깨끗이 사과하는 게 공인의 도리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는 태도는 젊고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오 전 의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이래서는 2년 전 오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올해 서울시장 선거출마를 위한 이벤트”라고 폄훼하는 주장을 탓하기 어렵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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