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외환은행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재산정 작업을 15일께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외환은행 헐값매각논란이 곧 실체를 드러낼 전망이다.
부실금융기관 판단 잣대인 8% 이상으로 나올 경우, 2003년 외환은행 매각 원인무효 논란이 촉발되는 등 엄청난 후폭풍이 일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는 고무줄이다
BIS비율은 은행이 비상시 고객 예금을 돌려줄 수 있을 능력을 보여주는 잣대이다. 분모가 위험가중자산(자산 유형별로 위험 정도를 감안한 자산총액)이고, 분자가 자기자본이다.
외환은행의 2003년 말 BIS비율 전망과 관련, 온갖 숫자들이 난무하고 있다. 7월15일 소위 ‘비밀회의’에 외환은행이 제출했던 5.4%, 금감위가 매각승인 근거로 삼았던 7월21일 팩스 5장의 6.16%(외환은행 자체 산정), 당시 외환은행을 실사했던 삼일회계법인의 9.33%, 외환은행이 7월21 이사회에 보고했던 10.0% 등 5.4~10.0%까지 다양하다.
스펙트럼이 넓은 것은 충당금 차이 때문이다. 충당금은 은행 대출, 보유 주식 등이 부실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쌓게 되는 적립금이다. 충당금이 클수록 순이익이 줄어들어 분자인 자기자본이 감소하고, 이 결과 BIS비율은 낮아진다.
9.33%와 6.16%의 차이는 왜
쟁점은 감사원 재산정 결과가 팩스5장에 나와있는 두 숫자 즉, 삼일회계법인 추정(9.33%)과 외환은행 산정(6.16%) 중 어느 쪽에 가깝느냐는 것. 삼일은 2003년도 외환은행이 쌓아야 할 충당금을 1조407억원으로, 외환은행은 1조6,944억원으로 추정했다. 충당금 차이는 크게 세가지 항목 때문에 발생했다.
①외환카드 부실 4,000억원
외환카드 부실에 대해 삼일이 654억원, 외환은행이 4,000억원을 제시했다. 삼일은 2002년 12월말 외환카드 주가를 기준으로 외환카드에 대한 외환은행 지분의 평가손을 계산한 반면, 외환은행은 향후 발생할 외환카드 부실을 고려했다.
대우증권 구용욱 연구위원은 “2003년에 외환카드 자산이 절반으로 줄만큼 부실이 컸기 때문에, 과거 주가보다는 외환은행 측 산정방식이 맞다”며 “4,000억원은 합리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합병에 대비한 ‘과다 충당’이라는 견해도 있다. 금감원은 ‘2003년 카드사 실적분석’에서 “외환카드의 (1조4,304억원) 손실은 감독규정보다 보수적 기준을 적용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카드사들과 비슷한 잣대를 적용하면, 4.4%라는 계산은 성립하지 않을 뿐더러, 4,000억원 충당도 많다는 설명이다.
②하이닉스 주가 1,000원
외환은행이 보유했던 하이닉스반도체 주식 평가에서도 차이가 확연하다. 삼일은 2,815억원 손실을, 외환은행은 3,364억원 손실을 추정했다. 삼일이 3월말 평가액의 50%가 회수 불능이라고 예상했고, 외환은행은 하이닉스 연말 주가를 1,000원으로 가정한 데 따른 것. 7월 당시 하이닉스 주가는 6,000~7,000원이었다.
하나금융 윤교중 사장은 “하이닉스 주가가 2002년 초반 6만원대에서 계속 하락했고, 하이닉스가 살아날 거라는 데 대한 확신도 없는 상태”였다며 “보수적으로 보면 1,000원은 크게 무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 관계자는 “1,000원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 같은데, ‘최악’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③대출 추가부실 3,700억원
하이닉스나 대우계열 등에 대한 대출 충당금에서는 큰 이견이 없지만, 다른 일반 여신에 대한 평가에서는 차이가 크다. 일반ㆍ기타 여신 항목에서 삼일이 91억원 손실을, 외환은행은 3,760억원 손실을 추정했다. 삼일이 200여 대출기업을 표본조사해서 역산한 반면, 외환은행은 각 업체별 심사역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평가 한 것.
외환은행 관계자는 “삼일은 2003년 신규 여신의 부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해당업체를 잘 아는 심사역들의 추정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대출기업의 부실 정도를 파악하고 있어, 이 결과에 따라 충당금 과다 산정 여부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결과 나와도 논란 불가피
시중은행 관계자는 “적정 충당금 규모는 경제상황이나 기업부실을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BIS비율은 어느 정도 고무줄”이라고 말했다.
김상조(한성대 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이 “6.16%는 당시 외환은행 상황을 비교적 제대로 반영한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백번 양보해도 9%대에서 6%대로 하락한 것은 이중 계상이나 고의적 조작이 아니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감사원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논란이 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관계자는 “재산정 결과가 나와도 당시 외환은행 사정에 따라 BIS비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당시 재무담당자들을 불러 대조하는 작업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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