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영수 부장)는 9일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편법 승계 과정에 개입한 증거를 이미 확보했음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다음 주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될 전망이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해도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 “비자금은 그 자체가 비밀이어서 모른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증거로 말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채 기획관은 정 회장이 8일 귀국하면서 “김재록(구속)씨와는 지나가다 악수나 하는 사이”라고 한 것에 대해 “아무와 악수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해 김씨와 정 회장 혐의의 연결 고리를 밝혀냈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이번 주 현대오토넷 비자금 수사를 마무리한 뒤 다음 주 정 회장을 불러 현대차 본사, 글로비스, 오토넷의 비자금 조성 경위와 사용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경영권 편법 승계 계획 개입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충분한 준비를 거쳐 정 회장의 소환 횟수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라며 “단순 참고인으로 부르진 않을 것”이라고 밝혀 사법처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검찰은 정 회장의 출국금지 여부에 대해 “귀국하자마자 ‘뒷문’을 걸어 잠그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 수사 진행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 회장은 8일 새벽 4시 55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정 회장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도 비자금 조성 사실 등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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