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 수사가 경영권 승계문제로 확산되면서 2~3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거나, 진행중인 재벌가에 비상이 걸렸다.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 최근 ‘재벌의 주식거래보고서’를 통해 현대ㆍ기아차 그룹 등의 경영권 편법 승계는 다른 주주들과 계열사들의 희생을 담보로 경영권과 부를 되물림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일부 오너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재벌가의 불법ㆍ편법 상속문제를 다시금 공론화했다. 이로인해 재벌들마다 정부와 시민단체의 화살을 피하고, 2세승계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매듭지을 수 있는 방안을 찾기위해 법무팀을 중심으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현대ㆍ기아차그룹과 올 초 삼성 사태를 계기로 재벌들의 편법ㆍ불법 경영권 승계 관행에 일대 변혁이 있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2세 승계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강화되면서 최근 몇몇 재벌가의 경우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상속세를 성실 납부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가 재벌가들의 ‘문제성 주식거래’로 지적한 회사가치 편취, 지원성 거래, 부당 주식거래의 경우 유형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다른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을 오너라는 특권적 직위를 이용해 가로채는 방식이다. 예컨대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정의선 기아차 사장 부자가 자본금 50억원을 100% 출자한 글로비스에 그룹 물류물량을 몰아줘 회사가치를 키운 후 상장시켜 정 회장 부자에게 1조원대의 상장차익을 챙겨주는 수법을 동원했다. 삼성도 비상장사인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등을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게 집중 배정, 수천억원대의 차익을 거두고, 그룹경영권도 지배할 수 있게 했다. 재벌들 대부분이 2~3세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사에 그룹물량을 집중적으로 줘서 기업가치를 키운 다음 상장시켜 이들로 하여금 지주회사나 핵심계열사 지분매입용 ‘실탄’을 확보하게 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재벌들의 편법 경영권 승계는 삼성과 현대ㆍ기아차 사태를 계기로 자의든 타의든 변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선 시민단체와 세무 당국의 관리 감독이 강화되고, 주주들의 자체 감시기능도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롯데, 신세계, 두산 등 경영권 승계를 진행 중이거나 완료 단계에 들어간 그룹들은 이번 사태의 불똥이 자사에 튀지 않을까 우려하면서도 적법한 승계 방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LG의 경우 외환위기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배구조 해법으로 제시한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마무리, 타 그룹들보다는 경영권 승계문제에서는 느긋한 입장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거액의 상속세나 증여세를 제대로 납부하는 모범 사례가 있는 점을 들어 2~3세들이 정당하게 상속세를 내고, 경영권을 물려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2004년 3월 설원량 회장이 사망하자 유족들이 국내 상속세 사상 최대인 1,355억원의 세금을 냈다. 2003년 타계한 교보생명 창립자 신용호 회장 유족과 97년 사망한 이임룡 태광산업 회장의 유족은 각각 1,338억원, 1,06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현대ㆍ기아차 사태를 통해 2세 경영권 승계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남에 따라 앞으로는 더 이상 편법이 통하기 힘들게 됐다”며 “떳떳한 경영권 승계가 늘어나면 반재벌 정서도 상당부분 사라져 스웨덴 최대의 재벌인 발렌베리가처럼 ‘존경받는’ 재벌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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