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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수사/ '느긋해진 검찰' 소환 늦추며 결정타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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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수사/ '느긋해진 검찰' 소환 늦추며 결정타 준비?

입력
2006.04.1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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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귀국 이후 검찰은 호흡을 고르고 있다. 2일 정 회장의 갑작스러운 출국 이후 정회장과 현대자동차를 향해 연일 ‘말의 비수’를 꽂았던 것과는 달리 정 회장 귀국 후 검찰의 압박은 강도가 떨어져 보인다.

검찰 간부들의 표정에도 느긋함이 배어 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8일 새벽 정 회장의 귀국 상황을 직접 챙기는 대신 나중에 전화로 보고를 받았다. 출근도 오후 3시 무렵 했다. 귀국 상황은 수사팀이 챙기도록 하고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고 한다.

새벽에 도착한 정 회장이 곧바로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으로 향해 대책 마련에 부심했던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현대차 비자금 사건의 주도권을 검찰이 쥐고 있음을 확실히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채 기획관은 9일 브리핑에서 정 회장이 인천공항 도착 직후 비자금 조성 사실을 “모른다”고 말한 데 대해 “수사는 증거로 말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정 회장의 출국금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 받겠다고 들어온 사람의 뒷문을 바로 걸어 잠그는 것도 모양새가 좀 그렇다”며 한껏 여유를 보였다.

검찰은 정 회장의 소환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늦은 다음주 이후에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수사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를 내겠다던 기존 방침에 비춰보면 그 배경에 궁금증이 생긴다.

검찰은 일단 아직 비자금 수사가 그룹 핵심부로 치고 들어갈 단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채 기획관은 7일 브리핑에서 현대차 비자금 사건의 수사단계를 “(벼 수확 후) 밥을 짓는 단계며 아직 뜸들일 단계는 아니다”고 비유했다.

당분간은 정 회장 부자를 상대로 ‘결정타’를 날리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주력하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 검찰은 지난해 두산그룹 수사에서도 꼼짝 못할 충분한 증거들을 확보한 다음에야 마지막으로 총수 일가를 소환해 손쉽게 자백을 받아냈다.

정 회장으로부터 현대차 비자금 사용처와 관련한 의미 있는 진술을 유도하기 위한 심리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사의 2막은 현대차의 정ㆍ관계 로비 부분이라는 점에서 검찰도 정 회장의 협조를 기대할 법하다. 따라서 검찰이 소환에 1주일의 말미를 준 것은 현대차에 조율 가능성을 넌지시 암시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검찰 주변에선 벌써부터 “정 회장이 비자금을 건넨 유력 정치인 몇 명을 검찰에서 실토하는 조건으로 자신이나 아들의 선처를 구할 것”이라는 이른바 ‘바터(맞교환)설’이 나돌고 있다.

검찰이 이미 현대차 총수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세운 뒤 여론을 떠보기 위해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현대차가 정 회장 소환 전후로 불법ㆍ부당한 이득의 사회 환원을 골자로 하는 대국민 사과 발표를 할 것이고, 검찰도 이에 대한 여론을 보고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비판적 분위기가 비등하다면 검찰이 정 회장 사법처리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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