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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이경성ㆍ故 김환기 화백 '우정의 가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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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이경성ㆍ故 김환기 화백 '우정의 가교' 전

입력
2006.04.1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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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수를 맞은 미술평론가 이경성(87)씨는 오래 전 세상을 떠난 화가 김환기(1913~1974)가 몹시 그립다. 두 사람은 평생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였다. 7일 서울의 환기미술관에서 시작된 ‘우정의 가교-김환기ㆍ이경성’ 전은 그 아름다운 인연을 기리는 자리다. 이씨가 틈틈이 그린 소품 200여 점을 김환기의 그림과 나란히 전시하고 있다.

이들은 반세기 전인 1952년 피란지 부산의 한 다방에서 처음 만났다. 전쟁통의 궁핍과 혼란 속에서도 예술과 문화에 대한 낭만적 정열이 넘치던 그 시절, 두 사람은 문학과 예술을 말하고 글과 그림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다. 여섯 살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금란지교는 60년대 홍익대에서 두 사람이 같이 교편을 잡으면서 더욱 자라났다.

서로 격려하고 인정하며 각자 학문과 예술의 길을 걷던 두 사람은 김환기가 63년 뉴욕으로 가면서 헤어지게 된다. 그때부터 우정은 그리움으로 바뀐다. 김환기의 71년 서울 전시회 때 이씨는 이런 글을 썼다. “가을이 자꾸 깊어 가듯이 우리들의 인생도 자꾸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사랑하는 서울과 벗을 등지고 이역에서 예술의 길에만 충실할 작정이십니까?”

첫 만남 이후 반세기가 흘렀다. 이승과 저승으로 나뉜 지도 벌써 30여 년. 남은 사람은 국내 미술평론의 대부로, 떠난 사람은 근현대 화단의 가장 빛나는 별 중 하나로 지워지지 않을 이름을 새겼다. 이씨는 국립현대미술관 관장(1981~1990) 등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 관장을 지냈고, 미술평론가 겸 미술사학자로 국내 미술계를 이끌어왔다.

이번 전시에는 두 사람의 우정의 증표 같은 그림도 나와 있다. 김환기의 58년 작 유화 ‘사슴’(65 X 81㎝)은 당시 홍익대 도서관장으로 있던 이씨의 연구실이 적적해 보인다며 어느 날 김환기가 슬그머니 와서 걸어두고 간 작품이다. 그 살뜰한 우정에 답하듯, 이씨가 올해 그린 그림 중에는 김환기의 호 ‘수화’를 알파벳으로 적어넣어 한결같은 그리움을 새긴 작품도 있다.

이씨가 그림을 그린 것은 50년이 넘었다. 54년 인천시립박물관장을 그만 두고 화가 김순배와 함께 생활하면서 어깨 너머로 보다가 긁적거려본 것이 시작이었다. 미술관장과 비평가, 교육자로 활동하며 꾸준히 그림을 그려서 88년 첫 개인전 이후 지금까지 10여 회 전시회를 했다.

그는 “사람이 그리워서,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또한 사람을 미워하기 때문에 사람만 그렸다”고 고백한다. 마치 아이들 낙서처럼보이는 이 그림들을 두고 그는 ‘그림장난’이라고 말하지만, 거기에는 인생과 아름다움에 관한 명상이 담겨 있다. 사람과 문자를 소재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문자의 어울림을 그린 ‘문자인’(文字人) 시리즈 등을 내놓았다. 전시는 5월 28일까지. (02)391-7701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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