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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숲' 中황사발원지서 방풍림 식목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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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숲' 中황사발원지서 방풍림 식목행사

입력
2006.04.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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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어 있는 모래바다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바람이 만들어 놓은 협곡은 잘 빚은 그리스 조각상의 부드러운 곡선을 닮았다. 아득한 지평선 끝은 보석이 숨겨져 있기라도 한 듯 쉼없이 반짝거린다.

7일 오전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얼도스(鄂爾多斯)시 쿠푸치(庫布齊)사막. 제5회 한중 우의림 조성을 위해 중국을 방문 중인 한중문화청소년미래숲(대표 권병현) 대학생들은 사막의 황홀경에 연신 감탄사를 뱉어냈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없는데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순간 바람이 불었다. 사막 표면의 미세한 먼지가 ‘휙’하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손수건으로, 마스크로 얼른 얼굴을 가렸지만 별 소용이 없다. 눈이 절로 감겼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이곳이 바로 황사의 발원지다. 수 천년에 걸친 풍식작용으로 만들어진 이 모래먼지는 중국 허베이(河北) 지방을 거쳐 한반도와 일본까지 날아간다. 아마 이 보다 몇 시간 전에 일어났던 모래먼지가 주말 한반도를 뒤덮은 바로 그 불청객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로 오는 황사의 대부분은 이곳 쿠푸치사막과 마오우쑤(毛烏素)사막 등 내몽고 중부지역에서 발생합니다.”권 대표의 이 말은 이 지역의 사막화가 곧 우리나라의 환경 문제임을 강조한 것에 다름 아니다. 권 대표는 동서로 길게 뻗은 이 사막의 동쪽 끝에 남북 30㎞ 길이의 방풍림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이미 이곳에 240만평 규모의 방풍림을 만들었다.

이튿날인 8일 미래숲 대학생들은 곡괭이와 삽을 들고 네이멍구 자치구의 수도인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 외곽 다칭산(大靑山)을 올랐다. 서쪽의 사막지역으로부터 12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민둥산은 황사의 1차 방벽 역할을 하는 산이다. 이 행사에는 30여명의 중국 대학생들도 참여해 2,000여 그루의 장자송을 함께 심었다.

“후허하오터는 몽골어로 ‘푸른 땅’이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급격한 사막화 진행으로 지금은 녹지가 거의 없어요. 양국 대학생들의 우정으로 이 도시가 다시 푸른 빛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왕후이(20ㆍ네이멍구대 컴퓨터공학과 1년)씨는 한국에서 나무를 심으러 이곳까지 찾아온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이렇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도경(22ㆍ고려대 독문과 3년)씨는 “우리가 심은 나무가 자라면 황사를 막을 방패가 될 것”이라며 “사막화 지역 식목 행사가 더욱 활발하게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 중인 이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사막을 당장 녹지로 되돌리기는 힘들겠지만, 방풍림 조성으로 사막의 면적이 늘어나는 것은 막을 수 있다”며 “먼저 이곳의 기후 조건부터 면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래 초원이었던 네이멍구 지역은 2,000여년 전부터 기후 변화로 사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는 한 해 강수량이 400㎜를 밑돌면서 사막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황사가 극심했던 2002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이 지역에 고온건조한 기후가 계속되고 있어 대규모 황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6년은 유엔이 정한 ‘사막과 사막화의 해’이다.

후허하오터=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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