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화가 나서 괴성을 질러대는 아이, 가족에게 욕설과 발길질을 서슴지 않는 아이,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 그저 버릇이 없다거나 산만하다고만 여겼던 이런 아이들이 실은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을 수도 있다.
최근 서울시 소아청소년정신보건센터가 시내 19개 초ㆍ중ㆍ고교의 학부모ㆍ학생 2,700여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 955명(35.8%)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5.7%인 684명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적대적 반항장애 등 행동장애를 보였다.
MBC ‘PD수첩’은 11일 밤 11시5분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소아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실태를 살펴본 ‘충격보고, 우리 아이 10명 중 3명이 정신건강 적신호!’를 방송한다.
제작진이 2개월간 밀착 취재한 행동장애 아동들의 모습은 실로 충격적이다. 무엇에 화가 났는지 연신 오빠를 공격하던 선미(9ㆍ여)는 잘못을 지적하는 엄마에게까지 소리를 질러댄다. 정신병원에 있는 소라(10ㆍ여)는 김밥을 싸온 할머니를 반갑게 맞았다가 할머니가 신발 신는 버릇을 지적하자 이내 발길질을 하며 욕설을 퍼붓는다.
유치원생 민구(7)는 틈만 나면 거리를 헤매고 돌아다니다 다쳐 오기 일쑤다. 보다 못한 할머니는 민구의 허리에 고무줄을 묶어 문고리에 걸어두기도 했지만 그마저 가위로 자르고 집을 뛰쳐나간 적도 있다.
정신보건센터의 조사에서 초등학생의 약 15%가 이런 ADHD로 나타났지만, 학부모나 교육현장의 교사들은 대부분 ADHD 자체를 모르거나 알아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행동장애 아동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청소년 비행과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행동장애는 나이가 어릴수록(특히 7세 이전) 치료 효과가 크다며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작진은 “실제로 행동장애를 보이던 아동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집중력이 높아진 사례도 있다”면서 “부모의 관심과 올바른 양육 태도, 학교 교육 등이 조화를 이뤄야 아이들이 보다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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