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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섹션-공부야 놀자/ 교육칼럼 - 아이들에‘희망의 씨앗’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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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섹션-공부야 놀자/ 교육칼럼 - 아이들에‘희망의 씨앗’ 되자

입력
2006.04.1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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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에서 매화소식이 들려오고, 찬란한 만개를 자랑하는 개나리가 돋보이는 봄날이다. 봄날만큼 화사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교정을 가득 채우는 나날이다. 힘찬 새 학기의 시작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나간다. 어떻게 흘러갔는지 시간의 속도를 알 수 없는 3월을 되돌아보면, 담임교사로서 아이들을 만난 첫 소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학식 전날, 저녁 어스름부터 아이들을 만난다는 설렘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처음 아이들을 만나면 해줄 인상적인 이야기를 생각하느라 고민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아이들이 외치는 각양각색의 감탄사를 들으며 한 명 한 명의 주옥같은 눈동자를 그윽히 바라보는 것은 담임교사에게 주어진 첫 기쁨이자 특권이다. 이렇게 초롱초롱한 눈동자들과 인연을 맺는다는 것,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즐거운 학교생활을 만들어간다는 것, 이렇게 담임교사가 된다는 것은 늘 가슴 벅찬 일이다.

인연! 수많은 나라 중에 대한민국에, 수많은 도시, 수많은 지역구, 수많은 학교 중에 우리 학교에 같은 반 학생이 되어 만난다는 운명을 설명해 주었다. 이 계산도 안 되는 확률로 짝꿍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나고 선생님을 만난다는 첫 훈화로 인연의 의미를 말해 주며, 아이들과의 대화를 시작하였다. 개학 며칠 전부터 사진 일람표와 학생 명렬표를 보며 열심히 외운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속으로 되뇌며, 이제부터 1분 이내에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겠다는 거짓 섞인 호언장담을 발표했다.

실수할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외우는 순간, 아이들은 선생님의 명석한 두뇌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름을 명확하게 기억해 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친구들 전화번호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필자가 그 이름들을 외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생각도 하지 못하면서…….

바쁜 한 학기의 첫 주를 보내며, 학생들의 가정에 ‘담임교사가 띄우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가정통신문의 형식을 갖춘 편지를 써 보았는데, 그 안에는 담임교사의 교육관과 학급경영계획을 소개하고 학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를 진솔하게 적어 보았다. 아이들은 모두 꽃봉오리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올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햇빛과 바람과 물을 주느냐에 따라 활짝 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비유를 적어두었다.

학교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물을 주고 햇빛을 비춰주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말미로 글을 정리하고, 여기에 더해 담임교사의 연락처를 남겨서 언제든지 건의사항이나 고견을 달라는 덧말을 붙여놓았다.

학창시절을 되새겨 보면 학기 초에 실시하는 선생님과의 상담과 대화가 호구조사나 수사반장 같은 느낌을 주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본적인 가정정보는 글로 대신하고 아이들이 현재 가진 고민과 꿈에 대한 대화에 중점을 두었다. 아직은 서툴게 이야기하는 아이들과도 언젠가는 가족처럼 편하게 대화할 수 있으리라.

학급임원을 선정하고 ‘1인 1짱이라 해서, 모든 학급의 아이들에게 역할주기를 시도했다. 컴퓨터를 잘해서 홈페이지를 맡을 학생에게는 컴짱을, 사진을 좋아하는 학생에게는 사진짱을, 에어컨을 담당할 학생에게는 냉짱의 역할을 부여하는 등 모든 학생에게 일정한 책임과 역할의 보람을 느끼도록 제도를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학급에서 부족하고 느린 학생이 있더라고 기다리면서 함께 가자는 의미로 ‘더디 가도 함께 가는 예슬이(예쁘고 슬기로운 이들)가 되자.’라는 급훈을 만들어 보았다. ‘열심히 살자’는 교도적 급훈이나 ‘우주정복’처럼 지극히 심대한 급훈, ‘엄마가 보고 있다’처럼 감시형 급훈보다 감동이 있는 가르침을 주고 싶었다.

이제 내일은 학급 아이들 전체와 봄날을 기념할 사진을 찍고, 주말에는 함께 비빔밥을 만들어 먹으리라. 또한 재미있고 감동적인 도서를 소개하여 독서의 참맛을 가르치리라. 지금 담임교사의 마음에는 흥분과 기쁨이 더욱 충만하고 있다.

방금 우리 반 유라의 문자가 도착했다. ‘낯선 땅에 한 줌 씨앗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한줌 씨앗처럼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지향점이고 나침반이고 게시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힘든 도정 속에서도 기꺼이 씨앗이 되고픈 담임교사의 소망은 이제 더욱 크게 피어나고 있다.

/강용철ㆍ서울 경희여중 국어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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