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엊그제 외환은행 헐값매각 논란이 증폭되는 것에 대해 “성급하게 처리돼 오해를 사고 있는 측면은 있으나 큰 하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외환은행 매각 당시 이사회 의장이었던 사람으로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긴 해도,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의혹이 확산되는 시점에서 참으로 부적절한 언행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 전 대한상의 연설에서 “고위 인사들 수준에서 부정한 일을 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감사나 수사의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돼 뒷말을 낳은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출처가 불분명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근거로 은행을 인수할 수 없는 사모펀드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팔아치웠다’는 문제 제기로 시작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매각을 주도했던 정부와 은행의 핵심 인사들이 부실 판정의 잣대로 활용된 BIS 비율(6.16%) 산정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책임을 회피하며 “불가피했다”는 ‘상황논리’만 앞세우는 탓이다.
당시 정황을 보여주는 여러 문서를 보더라도 정부가 론스타의 인수자격에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은행법의 허점을 이용해 매각절차를 강행하고 대주주 자격도 편법적으로 승인했다는 심증은 굳어진다. 매각 1년 전부터 외환은행과 론스타가 기밀자료를 주고 받으며 매각을 전제로 협상하면서도 이사회엔 외자유치로 포장한 사실도 드러났다.
사외이사들이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헐값매각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유야무야됐다. 매각 주간사와 자문사에 건네진 돈의 일부가 수천만원씩 쪼개져 50여 개의 계좌로 송금된 것도 정ㆍ관계 로비설을 유력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이처럼 실체적 진실을 밝혀줄 갖가지 자료와 방증이 속속 밝혀지는 상황에서 전임 이사회 의장은 책임을 져야 할 입장이지, 결과를 예단할 처지가 아니다. 매각에 제동을 걸었다는 당시 이사회 역시 스톡옵션 요구 논란에 휩싸여 있지 않은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