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장관이 드디어 국민연금 개혁 구상의 일단을 공개하고 나섰다. 그는 국민연금 개혁이 지상의 목표라고 공언하면서 취임한 장관이다. 아직 구체적 내용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만은 충분히 보여주었다. 특히 야당의 기초연금 안을 수용한다는 협상 자세와 특수직역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특수직연금은 1962년 공무원연금법의 전면 개정 이후, 군인연금법(1963년)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1973년)으로 확대되었다. 1986년에 제정된 국민연금법과 비교하면 13년 내지 23년이나 먼저 생겼다. 그렇게 일찍 시작된 배경에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불입한 돈의 액수보다 받아가는 연금액이 너무 많은 ‘저부담ㆍ고급여’ 관행의 시작은 역사적 불행으로 기록된다.
정부는 1973년부터 군인연금의 기금 부족을 정부재정으로 메우기 시작했고, 2001년부터 공무원연금에도 보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누가 봐도 불합리한 것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개혁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개혁에 손 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익집단들의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식 석상에서 특수직연금 개혁을 주장한 장관은 이제까지 한 사람도 없었다. 따라서 이번 복지부장관의 제안은 파격적이고 모험적이다. 특히 특수직연금을 관리하고 있는 행정자치부, 국방부, 교육부 등은 월권행위라고 항의할 만하다. 세간의 관심이 유 장관이 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이유에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연금 개혁을 고민하고 있는 복지부장관으로서는 먼저 개혁의 걸림돌을 분석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 결과 특수직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 같다. 그러한 결론을 지탱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재정 상황이 훨씬 더 나쁜 특수직연금을 손대지 않고서는 국민연금을 개혁하자고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지난 40여년 간의 사회변동으로 인해 더 이상 특수직연금을 별도로 존치시킬 근거가 희박해졌다는 것이다. 셋째, 국민연금 개혁을 특수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넓은 의미의 연금과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부문간 불균형이 초래돼 모두가 공멸한다는 것이다.
이상의 논리는 연금제도를 큰 틀의 노인복지정책에서 조망한 결과이기 때문에 높은 적실성을 가지고 있다. 즉, 국민연금 개혁의 실마리를 푸는데 일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실마리는 시작일 뿐이어서 복지부장관이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만만치 않다. 예컨대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거나, 특수직연금 개혁의 청사진을 기다리고 있는 국민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갈 길이 아무리 험난하더라도 꼭 가야 한다면 피하지 말아야 한다. 쉬운 길을 택한 역대 장관들 때문에 문제가 더 악화되었던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모처럼 제대로 된 연금개혁의 깃발이 떠오른 현 시점에서 국민들은 기수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특히 야당과 관련 이익집단들은 장관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리하여 특수직역 연금개혁에도 일조하고, 국민연금 개혁에도 성공한 복지부장관을 만들어야 한다.
김상균ㆍ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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