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네팔 정국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총파업 이틀째인 7일 대규모 시위와 체포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야당과 공산반군은 국왕 갸넨드라의 하야와 민주질서 회복을 요구하며 6일부터 4일간 전국 총파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하고 주요 도시에 시위진압 경찰을 배치했다. 정부는 만일의 경우 군을 투입할 뜻을 밝혀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현재까지 시위과정에서 400~500명이 체포되고 1명이 숨졌다.
또 공산반군의 공공기관 공격으로 경찰과 시민 10여명이 사망하고 정부측 헬기 1대가 추락했다. 제한적 통행이 가능한 수도 카트만두를 제외하면 전국 교통망은 마비된 상태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엔과 유럽연합(EU)은 “정부의 강경진압이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사태는 갸넨드라의 전제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이 들어 일어나면서 촉발됐다. 갸넨드라는 2001년 6월 디펜드라 왕세자의 왕실 총기난사 사건으로 국왕 일가족 8명이 몰살하면서 왕위를 물려받았다.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네팔에서 갸넨드라는 지난해 2월 정부의 공산반군에 대한 대처 미흡을 이유로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친정을 실시했다. 그러나 의회해산, 국가비상사태 선포, 언론과 야당 탄압 등 통치가 독재로 흐르자 국민들은 그에게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야당과 공산반군은 지난해 12월 국왕 하야와 민주 회복, 폭력 종식을 위한 공동전선에 합의, 갸넨드라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마오이즘을 신봉하는 공산반군은 1996년 부패와 가난척결을 내걸고 봉기했다. 농민층에 지지기반을 다진 반군과 정부 군의 전투에서 모두 1만3,000여명이 희생됐다.
야당과 공산반군의 공동전선은 갸넨드라 하야 시 네팔의 공산화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 반군이 테러와 인권유린의 중단, 즉각적인 공산정부 수립의 포기를 약속했지만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제임스 모리아티 미국대사는 올해 초 “왕이 하야하면 총을 앞세워 자신들의 주장을 강제해온 이념적 ‘파트너’에게 야당과 국민들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놀라운 광경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방법이 야당은 민주질서를 회복하고 동시에 반군 테러를 막는 최선이라고 7일 재확인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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