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꺾고 콧소리 많이 낸다고 트로트를 잘 부르는 게 아니에요. 과장되게 기교 부리지 말고, 노랫말의 정서에 맞춰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는 게 중요해요.”
2005년 ‘어머나’로 트로트의 르네상스를 이끈 가수 장윤정(26)이 리메이크 스페셜 앨범 ‘장윤정 2.5’를 들고 돌아왔다. ‘어머나’에 이어 ‘짠짜라’ ‘꽃’ 등이 빅히트 하면서 트로트계의 신데렐라로 자리매김한 그녀가 신곡 ‘콩깍지’와 함께 선배 가수들의 히트곡을 모아 ‘장윤정 식’으로 다시 부른 앨범이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필하는 ‘신세대 트로트’로 1990년대 이후 맥이 끊긴 트로트 음악을 부활시킨 장윤정은 본래 재즈와 발라드를 꿈꾸는 가수 지망생이었다. “4년간 연습생으로 녹음실을 왔다갔다 하면서도 트로트는 생각도 안 해봤어요. 음반도 못 낸 채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트로트를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왔죠.”
고민 끝에 트로트 가수가 되기로 결정했지만, ‘어머나’의 장윤정을 기다리고 있는 건 전향의 후회뿐이었다. 트로트 가수라고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선배 트로트 가수들도 그게 노래냐고 힐난했다. “무대 계단에 앉아 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유명 가수가 막 도착했다고 갑자기 마이크를 빼앗는 거예요. 그분이 바쁘시다나요. 그런가 보다 하고 기다렸는데, 다른 가수가 또 오고 또 오고…. 한 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마지막으로 노래를 불렀죠. 어찌나 서러웠는지, 밤새 펑펑 울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바쁘다고 하면 남의 마이크를 빼앗아 주더라구요.”(웃음)
그는 자신의 성공 요인을 트로트는 중장년층만 즐기는 낡은 음악이라는 편견을 깨고 젊은이 특유의 발랄하고 깜찍한 감각을 선보인 데서 찾았다. “지금은 선배님들이 ‘네 덕분에 트로트가 젊어졌다’며 귀여워 해주세요. 보람도 크지만 책임감도 많이 느끼죠.”
장윤정으로 인해 ‘제2의 장윤정’을 꿈꾸며 트로트를 해보겠다는 가수 지망생들이 급증했다. 그러나 그는 트로트 가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뚝배기 정신’부터 가지라고 당부한다. “다들 ‘이제 음반 냈으니까 한두 달 있으면 스타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은 버려야 해요. 트로트는 뚝배기 같아요. 뜨는 데 오래 걸리는 대신 식는 데도 오래 걸리죠. 트로트는 길고 느긋하게 봐야 해요.”
장윤정은 트로트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출연할 수 있는 TV 무대가 제한돼 있는 게 속상하다. “트로트 가수는 인기 가요 프로그램에 출현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저는 가끔씩 나가지만 그 쿼터는 늘 한 자리라 제가 나가면 다른 가수들은 전혀 못 나가요. 우리도 가수인데, 왜 트로트 가수는 ‘뮤직뱅크’ 같은 프로그램에 못 나가는 건지 이해가 안돼요.” 그는 좋은 후배 트로트 가수들이 줄줄이 나와 트로트를 젊은이들의 음악 장르로 확실하게 보편화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윤정은 트로트에 입문한 걸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단호히 아니라고 답했다. 재즈나 발라드로 돌아갈 생각도 없다고 한다. “다만 트로트 이론을 체계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트로트 가락을 살리면서 다른 장르나 다른 나라의 음악들을 덧입히는 작업도 해보고 싶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보고도 싶어요. ‘트로트 한류 1호’ 근사하지 않아요?”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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