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의 조기 귀국으로 검찰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이 이미 정 회장 부자의 혐의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MK 귀국 이후
수사는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정 회장이 귀국하더라도 당장 소환하지는 않을 것이며 수사팀이 애초 짜놓은 일정대로 간다”고 밝혔다. 재벌 총수 소환을 앞두고 검사들의 표정엔 자신감이 배어 있다. 검찰이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비자금과 관련한 결정적 물증을 확보했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정 회장의 소환은 현대차 비자금 수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수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수사의 제 2막인 정ㆍ관계 로비 부분이 남아 있다. 깜짝 출연진이 수사의 무대에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채 기획관은 “기업 비자금 수사는 조성 경위, 규모, 사용처의 3단계 수사다. 현대차 수사는 사용처 외에는 상당 부분 파악된 상황이다”고 언급, 로비 수사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검찰은 정 회장이 편법 경영권 승계 계획을 주도했거나 적어도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정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는지, 경영권 편법 승계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회사를 이용한 부의 축적과 이전(移轉) 부분도 살펴본다”고 공언했다.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전 회장이 현대차의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승계 과정에 개입햇는지도 조만간 드러날 전망이다. 검찰은 김씨가 1999년 이전부터 현대측과 관계를 맺어오면서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이던 2000년 현대그룹 ‘왕자의 난’ 때도 도움을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 얻은 신임으로 김씨가 2001년 무렵 본격화한 현대차 후계구도 기본계획을 초기 단계부터 구상했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본사 비자금은 또 다른 시한폭탄
검찰이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 뿐 아니라 현대차 본사의 비자금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이번 수사의 폭발력이 예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지금까지의 재벌 수사 때와 달리 초반부터 현대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자신감을 나타낸 것은 현대차 본사 비자금의 저수지를 발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협력업체만 3,400여 곳(2차 하청업체 포함)에 달한다. 마음만 먹으면 하청업체와의 위장거래 등을 통해 얼마든지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구조다.
글로비스의 사례에서 보듯이 오너나 임원이 차명으로 협력업체를 세워 물량을 몰아준 뒤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은 업계에선 잘 알려진 방식이다. 협력업체가 워낙 많아 감독기관이 적발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협력업체와의 납품계약을 1~2년 단위가 아니라 장기간 체결해주는 특혜를 준 뒤 대신 수익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상납받는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현대차 본사 비자금은 글로비스의 비자금 규모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치된 견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