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12명의 제자 중 예수를 배반한 가롯 유다와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고문서 ‘유다복음’(the Gospel of Judas)의 내용이 6일 처음 공개됐다.
미국 월간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9일 전면 공개할 26쪽 분량의 유다복음은 1,700여년 전인 서기 300년께 당시 파피루스에 이집트어인 콥트어로 쓰인 것으로, 1970년대 이집트 사막에서 발견됐는데, 이번에 방사선 탄소연대 측정법으로 진본임이 확인됐다.
대부분의 복음서들이 예수 사후 50~80년에 저술된 것에 비해 유다복음은 이보다 뒤늦은 1~2세기 구약성경에 나오는 여호와(하느님)를 악마로 규정해 이단으로 몰린 영지주의(靈知主義ㆍGnosticism)의 한 분파인 ‘카인파’(Caintes)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복음서는 원래 그리스어로 쓰여졌다가 콥트어로 번역됐다. 유다복음은 서기 180년께 프랑스 리옹의 교부(敎父)인 이레니우스가 통렬하게 비판함으로써 그 존재가 처음으로 알려졌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이날 일부 공개한 복음서는 마태ㆍ마가ㆍ누가ㆍ요한 복음 등 신약 성경의 기존 4대 복음과 달리 예수의 요구에 의해 유다가 예수를 배반한 것으로 기술돼 있다. 특히 유다가 배신하지 않았다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았을 것이며, 따라서 인간을 모든 죄로부터 구원하려는 ‘신의 섭리’가 이행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유다를 영웅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유다복음은 ‘예수가 유월절(逾越節ㆍPassover)을 축하하기 3일 전 유다와 1주일간 대화를 나누면서 한 비밀스런 이야기’로 시작된다. 예수가 유다에게 “너는 그들 모두를 능가할 것이다. 너는 인간의 형상을 빌려 이 땅에 온 나를 희생시킬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기술했다.
마가복음에는 유다가 예수를 배신한 뒤 자살한 것으로 돼 있지만 유다복음에는 유다가 예수의 용서를 받고 사막으로 고행을 떠난 것으로 묘사됐다. 또 예수가 유다에게 “너는 13번째 사도가 돼 오랫동안 저주를 받지만 결국 그들을 다스릴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됐다.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측은 유다복음의 공개로 일반인들이 유다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성서학자는 “요한과 마가복음에도 예수가 자신을 배신할 사람으로 유다를 선택했고 실제로 자신을 팔아 넘기도록 격려까지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며 “이 내용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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