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자율성이 지금보다 확대되는 게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대입시와 관련한 정부의 3불(不)정책(고교등급제ㆍ본고사ㆍ기여입학제 금지)에는 지지를 보냅니다.”
7일 4년제대학 총장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신임 회장에 취임한 권영건(60ㆍ사진) 안동대 총장은 대입시 문제를 먼저 화두로 꺼냈다. “구조개혁이나 신입생 선발 등 대학의 개별 정책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일성이었다.
2008년 3월까지 2년간 대교협을 이끌 권 회장은 “각 대학의 입학 전형이 워낙 다양해져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교 고르기’가 그만큼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대교협이 이런 고민을 덜어주는 데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수험생들이 대교협 사이트를 통해 대학의 복잡한 입학 전형 계획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대교협의 핵심 기능인 대학평가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OECD 국가의 위상에 걸맞게 대학평가 기준을 국제적 수준으로 재조정할 생각입니다. 합리성과 객관성을 강화한 평가로 대학이 경쟁력을 스스로 키울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겠습니다.”
권 회장은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은 반대했다. ‘옥상옥(屋上屋)’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대학의 90%가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에 부정적입니다. 대교협에 평가 기능이 있는데, 굳이 수십억원을 들여 평가원을 또 설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사회에서 거부키로 결정했습니다.” 교육부는 평가원 만들기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교협에 재논의를 거듭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대교협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평가원 설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권 회장은 진통을 겪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 문제는 여건이 되는 대학에 한해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입생 정원이 2,000명도 안되는 국립대를 법인화하게 되면 재정 부족 등으로 대학 존립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1999년부터 국립 안동대 총장을 맡고 있는 권 회장은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부회장, 대교협 부회장 등을 거쳤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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