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본사 비자금 장부와 입출금 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규모와 방법, 조성 이유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정확한 비자금 규모에 대해선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선 글로비스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이 확인된 것만 140억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 본사의 비자금 규모는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는 상장ㆍ등록사 10개, 비상장사 30개 등 관계사가 모두 40개에 달한다. 글로비스 비자금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현대차그룹은 상장ㆍ등록사의 비자금만 1,400억원 규모가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해말 상장된 글로비스와 달리 오래전에 상장ㆍ등록된 회사들은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액수는 이 보다 휠씬 적을 수 있다.
비자금은 거래대금 부풀리기 등의 방법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납품과 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납품 및 하청업체와의 관계에서 비자금을 만드는 게 가장 용이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직접 납품하는 1차 납품 업체수는 400여곳, 이들 1차 납품업체들에 부품 등을 공급하는 2차 납품업체 수는 3,000여곳이나 된다. 이와함께 일각에선 현대ㆍ기아차가 최근 잇따라 해외 공장 건설을 추진해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선 일단 현대차그룹의 급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2001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될 당시 계열사 16개를 거느린 재계 서열 5위였던 현대차그룹은 4년만에 40개의 계열사를 아우르는 재계 서열 2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일부는 계열사를 인수ㆍ합병(M&A) 하는 데 쓰였고, 일부는 정ㆍ관계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용으로도 준비됐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38.67%)→기아차(18.15%)→현대모비스(14.56%)→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상 정 사장이 그룹 경영권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이 중 한 회사의 최대 주주가 돼야 한다. 막대한 자금이 들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선 정치권 요구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비자금을 만드는 것은 정치권 이를 요구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정치적 요구와 기업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며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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