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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세계/ 고속도로 위의 스타, 진성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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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세계/ 고속도로 위의 스타, 진성을 아십니까?

입력
2006.04.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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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TV와 스크린, 신문, 잡지에만 있는게 아니다. 고속도로와 길거리에도 스타는 존재한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일반화하면서 대중음악계가 극심한 침체에 빠졌지만, 내놓는 앨범마다 100만장 가까이 팔리며 불황의 무풍지대를 점령하는 가수들이 있다. 총 음반판매량 1,000만장을 넘기며 메들리 트로트 ‘4대 천황’으로 군림하고 있는 진성, 신웅, 김용임, 김란영 등이 그들이다.

얼굴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름과 목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아~’ 하고 무릎을 칠 정도로 이들의 음반은 운전자들과 중장년층의 필수품이 됐다. 음반시장이 주저앉았다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반판매대 앞은 이들의 CD와 카세트테이프를 사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메들리 뽕짝’이라고 불리는 이 음반들이 가요계의 불황에도 트로트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견인차다.

“메들리를 하려면 일단 노래를 무지하게 잘해야 한당께요. 노래야 한 곡씩 불러서 나중에 편집으로 이어붙이면 되지만 ‘더빙’은 웬만한 가창력으로는 소화를 못해요. 메들리는 사운드 반주가 워낙 약해서 노래를 한 번 부른 후 거기다 똑같이 한 번 더 불러 사운드를 강화하거든요. 방송 가수들이 자기들은 메이저고 우리는 마이너라고 우습게 보더니, 요즘은 인정해줍디다.”

93년 드라마 주제곡 ‘장녹수’ 등을 리메이크해 부르며 메들리 트로트에 뛰어든 진성(44)은 지금까지 발표한 80여장의 메들리 음반 중 100만장 이상 판매한 밀리언셀러가 10장이나 되는 고속도로 위의 ‘빅스타’다. 지난해 최고 베스트셀러였던 SG워너비의 2집 앨범이 30만여장 팔린 것에 비하면 30~80만장이 기본인 그의 판매고는 가히 ‘터보엔진’을 달았다 할 만하다.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17세 때부터 유랑극단 트로트 가수로 지방을 전전하던 그는 20대 들어 서울 유흥업소 밤무대에 자리를 잡았다. 어느날 업소를 찾은 유명 작사가가 ‘대학가요제’ 출신 아니면 음반을 못 내는 줄 알았던 그에게 트로트 메들리 음반을 제안했고, 10만장만 팔려도 대박이라던 음반이 50만장이나 팔리는 히트를 기록했다.

1집 성공 이후 제대로 된 ‘내 음반’을 만들고 싶다는 “예술적 욕심”에 창작앨범도 발표해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트로트는 독집 앨범이나 신곡이 안 팔려요. 신보는 그냥 방송용으로 만들고 시장에는 유통도 안 시킵니다.”

해답은 역시 메들리였다. 하지만 메들리 트로트가 ‘달러박스’가 되면서 비슷한 가수들이 많이 나타났다. “그래도 여러 가수들이 모여 옴니버스 음반을 만들면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 하춘화의 ‘날 버린 남자’, 조항조의 ‘남자라는 이유로’ 처럼 비싼 저작권을 물고 들여온 노래는 내가 다 불러요.” 자부심도 대단하다. “요즘 제일 잘 나간다는 김용임씨나 저나 다 메들리를 기반으로 해서 실력으로 방송가에서 인정받은 사람들이에요. 대충 음반 만들어 나온 가수들 하곤 달리 노래로 승부하는 진정한 가수죠잉.”

고속도로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방송 출연도 잦아진 그는 5년 전부턴 ‘페이’가 자신의 ‘위상’에 맞지 않아 밤무대 출연을 그만뒀다. 주 수입원은 회당 100만~120만원 하는 지방 행사비. 가까운 지방이나 서울 근교는 50만원까지 ‘특별할인’을 해주기도 하지만 연간 수입은 1억원을 넘는다. “사람들이 제 얼굴은 몰라봐도 이름 대면 다 알아준다”는 그의 말을 시험해보기 위해 사진 촬영 중 지나가던 트럭을 세워봤다. 운전기사에게 진성을 아느냐고 물으니 바로 그의 메들리 히트곡 제목이 줄줄줄 나온다. “그것 보세요. 내가 1류 가수는 못 돼도 2류는 된다니께요.”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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