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올해 안으로 ‘혼혈인 차별금지법’(가칭)을 제정하기로 했다. 혼혈인 처우개선과 인권보호를 위한 방안도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우리는 정부여당이 한국사회의 소수자 차별 현실을 인정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나선 것을 환영한다.
장애인과 노인, 아동과 여성 등에 대한 보호책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차별에 시달려 온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불가결하다.
다만 현재 정부여당에서 거론되고 있는 방안을 보면서, 일과성ㆍ전시성 움직임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의 ‘고향 방문’에 때맞추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것부터가 그런 우려를 낳는다.
이런 우려를 씻고 내실있는 대책을 다듬으려면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검토와 논의를 해야 하리라고 본다. 우선 지금까지 거론된 개선방안의 많은 부분이 법ㆍ제도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한 문제를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고용과 교육, 공공시설 이용 등에서 이뤄진 차별에 어떤 제도적 근거가 있겠는가. 따라서 선언적 의미에 치중되기 쉬운 입법이 능사가 아니다. 정부조차 법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 고용 문제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공공부문의 솔선수범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일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도 기존 관계법령을 손질하는 것으로 대응할 수 있다. 혼혈인 자녀의 국적 취득 요건을 완화하거나 이들의 외국인 친권자에게 국적이나 영주권을 주는 방안 등은 국적법에 부분 적용된 속지주의를 넓히면 된다. 또한 생계나 교육지원 등의 방안은 국민, 또는 주민에 대한 일반 정책에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따라서 선언적 의미를 갖추는 게 핵심 목표가 아니라면 최소한의 입법에 그칠 것을 주문한다. 그 최소한의 법도 ‘금지법’이 아니라 ‘지원법’ 형태가 되기를 바란다.
이런 모든 구상에 앞서 혼혈인의 정확한 사회적 분포나 차별의 실태를 면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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