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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책이랑 놀자] 장애 이긴 화가 프라다의 위인전 아닌 휴먼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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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책이랑 놀자] 장애 이긴 화가 프라다의 위인전 아닌 휴먼스토리

입력
2006.04.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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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가끔씩 요구한다. “위인전을 골라주세요”라고. 모든 것이 그렇듯 독서도 경험의 세계에 의해 그 폭이 정해진다. 그래 우리 엄마들의 어릴 적으로 가보자.

책꽂이에 위인전과 세계명작동화 한 질이 있으면 그야말로 ‘책 부자’였지 싶다. 위인전과 세계명작동화, 어쩌면 우리 엄마들의 어린 시절에 아이들 보는 책이라면 그게 다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아온 엄마들 대개가 그런 요구를 한 두 번씩은 한다. 우리가 어려서 교과서만큼 접해온 위인전에는 ‘아무개’가 효도하고, 충성스럽고, 믿음이 있고, 품행이 바르며, 머리가 뛰어나면서 참을성까지 끝내주는…. 그렇게 ‘똥도 누지 않을 것 같은’ 완벽한 영웅들만 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위인이라 불렀던 사람들을 보자. 나폴레옹? 그는 프랑스의 전쟁 영웅이다. 그러나 러시아 민중에게는 침략자일 뿐이다. 아인슈타인? 물론 뛰어난 과학자였다. 하지만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핵폭탄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결국 미국의 핵폭탄은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다. 과학을 이용해 엄청난 살상을 행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 도서관에는 위인전이라는 분류가 없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고 훌륭한, 그래서 마치 신처럼 격이 달라져버린 사람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인물이야기’는 있다. 그 사람의 모든 면을 존경하도록 강요하지 않는, 그의 어떤 한 부분이 열매를 ‘잘’ 맺었는지 소박하게, 실제 크기만큼 보여주자는 책들이 있다.

‘프리다’도 그런 책이다. 소아마비로 절름발이가 되고 다시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해 평범한 몸을 가질 수 없게 된 채 남은 생을 살았던, 20세기 초반 멕시코의 ‘최고’로 불린 화가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이다. 그림책 속의 프리다는 특별히 예쁘지도 않고, 공부를 잘했다는 말도 없다. 장애를 이기기 위해 몇 배로 더 열심히 살았다는 표현도 없다.

“우는 대신, 우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지요.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을 때는 침대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몸에 깁스를 하고 있을 때는 깁스에다 그림을 그렸어요….”

프리다는 눈으로 본 것 위에 마음으로 그렸고, 자기가 아플 때는 자신을 위해 ‘엑스보토(아픈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그렸다고 했다. 과장하지 않은 이야기와 프리다의 것처럼 강한 색채의 그림이 오히려 프리다를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어느 장면에서도 프리다의 눈물은 보이지 않는다. 프리다를 지켜보는 달님과 프리다 뒤에 선 표범과 작은 악마, 동물 친구들이 그녀 대신 울고 있다. 그래서일까, 프리다를 읽는 내 마음도 아프다.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관장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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