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크게이트’에 연루돼 기소된 루이스 리비 전 미 부통령 비서실장이 이라크전 관련 기밀정보를 언론에 흘리도록 사전에 승인한 최고위 인사는 바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리크게이트의 핵심인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누설도 부시 대통령의 사전 승인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처음으로 부각된 것이다.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가 5일 재판부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리비는 연방대배심 증언에서 “딕 체니 부통령으로부터 부시 대통령이 기밀인 국가정보평가(NIE)의 일부를 언론에 전달해도 된다고 승인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승인이 떨어진 후 2003년 6월8일 당시 뉴욕타임스 주디스 밀러 기자를 만나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 시도와 관련된 기밀 정보를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보 누설이 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남편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대리대사가 언론기고를 통해 이라크전 정당성을 훼손한데 대한 반박으로 이뤄졌음도 인정했다.
당초 리비는 밀러 기자에 대한 기밀 정보 제공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체니 부통령이 부시 대통령의 사전 승인이 있었음을 알리면서 사실상 ‘독려’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부시 대통령은 기밀 해제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고 체니 부통령도 이러한 권한이 있음을 강력 주장해 왔다.
리비는 그러나 밀러 기자에게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을 알려주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핵 개발과 관련된 기밀을 전하기는 했지만 CIA 비밀요원과 관련된 얘기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의 증언만으로는 부시 대통령이 플레임의 신분누설까지를 포함한 포괄적 정보누설을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가 명확치 않다. 이 때문에 리비가 대통령과 부통령을 방패막이로 삼아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증언을 짜맞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부시 대통령은 신분누설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가기밀 정보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의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즉각 공세를 시작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충격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기밀의 선택적 누설에 대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워드 딘 민주당 전국위원장은 “국가기밀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한 대통령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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