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속에서도 꿈과 순수함을 잃지 않던 꼬마 악동 제제가 어느덧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는 열 아홉 살 청년이 됐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다섯 살 제제), ‘햇빛사냥’(열한 살 제제)에 이은 브라질 출신 작가 바스콘셀로스의 자전소설 3부작 중 세 번째 편 ‘광란자’가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출간됐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의과대학에 진학한 제제. 그러나 그는 “수영을 하거나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하는 따위의 자유로운 생활에만” 관심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꿈꾸어 온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의학 공부를 포기해야 하는데, 누가 나에게 그런 삶을 살도록 해 줄 것인가?” 그는 결국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청년 제제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갈 지가 걱정이다. “이제 머지않아 스무 살이 되는데도 할 일이 아무것도 없으니…”라고 고민하면서도 자유와 넓은 세상을 끝없이 갈구한다. “방랑자처럼 이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애정을 찾고, 사랑을 구하며, 나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넓디넓은 이 세상에서 미지의 세계를 찾아 여행하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
그런 제제에게 어느 날 첫 사랑이 찾아온다. 제제를 달콤하고 환상적인 꿈속으로 끌어들인 사랑의 연인은 열 여섯 살 소녀 씰비아다. 하지만 양가 어른들은 두 사람이 사랑을 하기엔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교제를 반대하는데….
어린이들이 나이 차이가 심하게 나는 청년 제제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판형과 글씨 크기를 키우고 화려한 그림을 곁들였다. 문장도 약간 다듬었다. 그렇더라도 첫 키스의 짜릿함에 전율하는 열 아홉 제제의 사랑앓이를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초등학생보다는 오히려 중ㆍ고교생에게 더 어울릴 것 같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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