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영수 부장)는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그룹 회장이 8일 오전 귀국함에 따라 조만간 정 회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정 회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발 대한항공 012편으로 이날 오전 5시15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고 현대 측이 7일 밝혔다.
현대차는 6일 오후 박영수 중수부장에게 전화해 “정 회장이 늦어도 다음주 화요일(11일)까지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이날 오후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검찰은 정 회장이 현대차 본사와 계열사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지시하고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 대한 경영권 편법 승계 계획을 사실상 지휘했다는 회사 관계자들의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정 회장이 귀국하는 즉시 출국금지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비자금 조성 경위 및 사용처 부분을 정리한 뒤 정 회장 부자의 소환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정 회장이 귀국하더라도 수사의 기조나 방향이 달라질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현대차 계열사인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 외에 현대차 본사에서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협력업체가 3,000여 개에 달해 비자금 규모가 자회사 비자금의 몇 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채 기획관은 브리핑에서 “현대차 본사 비자금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현대차 본사 비자금도 수사대상임을 명확히 밝힌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기획총괄본부 압수수색에서 현대차 본사 비자금 입출 내역이 적힌 비밀장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기획관은 “그룹 기획총괄본부를 압수수색했으니 (그 안에) 있을 수 있다”며 비밀장부의 존재를 시인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현대차가 1차 협력업체인 하청업체와 위장거래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를 이미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도 현대차 재경본부 임ㆍ직원을 불러 비자금 조성경위와 규모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또 현대차의 서울 양재동 사옥 매입 및 증축 인ㆍ허가 로비와 관련해 당시 담당 임원이었던 윤여철 현대차 울산공장장을 불러 조사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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