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또 다시 ‘인사 실험’에 나섰다.
공무원 개인의 희망에 따라 부서를 배치하는 인사 시스템을 행자부에 착근하는 실험이다. 행자부는 물론 각 정부 부처는 그가 관세청장과 국세청장을 거치면서 이룬 성공스토리가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행자부는 6일 ‘희망인사 시스템’을 본격 가동함으로써 중앙 부처의 인사 혁신을 위한 발동을 걸었다.
이 시스템은 공무원이 행자부 온라인을 통해 1년 내에 가고 싶은 부서와 업무를 1~3 지망으로 직접 장관에게 올리고, 각 부서장도 팀별로 원하는 대상자(부서별 추천)를 장관에게 보고하면 장관이 이를 종합해 인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개인 희망과 부서별 추천이 일치하면 우선 배치 대상이 된다. 개인의 희망과 부서별 추천은 오로지 장관만 볼 수 있다. 직원들은 장관과의 핫라인을 통해 인사와 업무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직접 제시할 수 있다.
행자부 한 관계자는 “이 시스템은 특히 장관과의 개별 접촉 기회가 거의 없는 중ㆍ하위직들에게 환영 받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인사시스템은 ‘혁신리더’로 정평이 나 있는 이 장관이 취임 10일 만에 시도하는 첫 혁신 실험이다. 관세청장과 국세청장 재임 시 도입해 성공시킨 시스템에 ‘부서별 추천’ 부문을 보완했다.
이 장관이 첫 혁신 대상으로 인사를 택한 것은 직원들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혁신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장관은 “자기 일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 열정이 있어야 창의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는데 그 출발은 공무원들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인사시스템의 최대 장점은 인사의 투명성 확보하는 데 있다. 직원 개인과 인사권자가 직접 의견을 나눔으로써 청탁의 여지를 없앨 수 있다.
또 몇몇 간부들이 인사 정보를 독점하는 폐단을 줄임으로써 필요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장관은 관세청장 재임 시 외국과의 협상을 담당하는 기피 업무에 능력 있고 잘 나간다는 김모 과장이 이 시스템을 통해 자원해 놀랐다고 한다.
이 장관은 “처음엔 희망 사항이 잘못 입력한 것인 줄 알았다”며 “간부들이 개개인의 인사욕구를 모두 알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 준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김 과장은 인사에서 물먹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지만 결국 자기가 원하는 업무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 승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희망인사시스템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인사권이 과도하게 인사권자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인사권자에 대한 중간 간부들의 견제장치가 부족해 자칫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1~3지망으로 자신이 원하는 직무를 과연 확보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개인의 요구가 중간 여과장치 없이 곧바로 최고 인사권자에게 전달돼 조직보다는 개인의 의사가 인사나 업무 결정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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