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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음악회 헌정받는 작곡가 김희갑씨/ "음악 인생 50년이 하룻밤 꿈 같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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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음악회 헌정받는 작곡가 김희갑씨/ "음악 인생 50년이 하룻밤 꿈 같네요, 허허"

입력
2006.04.0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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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도 50대 초반 같은데 벌써 50년이나 됐다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그냥 넘어가자는데 후배들이 가만두질 않네요. 허허.”

‘그 겨울의 찻집’ ‘킬리만자로의 표범’ ‘향수’ 등 한국인이면 누구나 애창하는 보석 같은 노래들을 만든 작곡가 김희갑(70)씨가 11일 후배 가수들로부터 음악인생 50년을 기리는 기념음악회를 헌정받는다. 헌정음악회의 이름은 ‘그대, 커다란 나무’.

인순이 임희숙 문희옥 임주리 김국환 장사익 윤항기 조관우 마야 등 그가 작곡한 노래를 불렀거나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후배가수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마련한 이번 공연은 한 작곡가의 히트곡만으로 꾸려지는 보기 드문 헌정 콘서트다.

김씨가 음악을 담당한 뮤지컬 ‘명성황후’의 출연진 40명에다 솔로 출연가수만 15명이나 되는 매머드급 공연이라 김씨는 “고마운 마음 한 편으로 미안함이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사실 저는 별로 준비할 게 없어요. 요즘 저하고 같이 앨범을 만들고 있는 인드라 스님과 함께 무대에 올라 기타 연주 한 곡 하고, 사회자 유 열씨와 간단하게 인터뷰하는 게 전부죠.

마음 같아선 서너곡 하고 싶었는데, 무대에 서겠다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최대한 줄였어요. 공연이 길어지면 지루하잖우.” 김씨는 연방 “허허허” 흐뭇한 웃음을 웃으며 “나 때문에 다들 분주해져 송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1956년 미8군 기타연주자로 음악을 시작한 그는 65년 ‘사랑아, 내 사랑아’를 작곡하면서 작곡가로 변신했다. 이후 무려 3,000여 곡의 노래를 만든 그는 87년 콤비 작사가로 활동해온 소설가 양인자씨와 결혼하면서 수많은 빅 히트곡들을 쏟아냈다.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부터 김국환의 ‘타타타’,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 등이 이들 부부의 합작품이다. 이번 헌정 공연 중 꽃다발 증정 역할을 후배들의 성화에 떠밀려 맡게 됐다는 양인자씨는 “가요계 풍토에서 쉬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헌정공연을 마련해준 후배들이 너무 고맙다”며 “이번 공연으로 음악인생의 보람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그래도 3,000여 곡 중 유독 애착이 가는 곡은 있지 않을까. “제 손을 떠난 곡들은 더 이상 제 곡이 아니에요. 듣는 분들의 것이죠. 창작하는 사람이 거기에 미련을 가지면 안 됩니다.” 김씨는 “오히려 크게 히트한 옛날 곡들보다 지금 앨범을 준비하며 작곡하고 있는 곡들이 훨씬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히트곡이 워낙 많다 보니 이번 공연에 어떤 곡을 선보여야 할 지 고민도 많았다. “가수들과 상의해 25곡쯤으로 추렸어요. 노래도 가수 당 1.5곡씩만 부르게 했고요.” 공연은 한 가수가 솔로곡 한 곡 부르고, 나머지 한 곡은 1절만 부른 후 2절은 다른 가수에게 바통을 넘기는 릴레이식으로 구성됐다. ‘행복한 고민’ 끝에 나온 묘안이다.

“벌써 50년이라지만 음악에 빠져 사느라 돌이켜볼 겨를도 없었어요. 지금도 젊을 때랑 똑같이 작품생활 하고 있는데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됐나 싶어 실감이 안 갑니다. 지난 세월이 꼭 하룻밤에 꾼 꿈 같아요.” 이번 행사 수익금은 공연을 주최하는 사랑의일기 재단에 기탁돼 책읽기, 글쓰기 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11일 오후 3시ㆍ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02)318-0395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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