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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검찰청 단골손님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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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검찰청 단골손님 재벌

입력
2006.04.0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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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편안한 마음으로 4월을 즐길 수 있으려나 했더니 서초동 법조 타운에 ‘칼 바람’이 불었다. 일요일인 지난달 26일 ‘기습적인’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검찰의 현대차 그룹 수사가 하루하루 강도를 높이며 기자들의 촉수를 한껏 자극하고 있다. 대개의 사건은 시작 전에 이미 수사 범위와 목표가 정해지기 마련인데 이번 사건은 그 대상과 범위가 나날이 넓어지고 있어 방향마저 가늠키 어렵다.

결국 수사의 핵심이 정몽구 회장 부자의 경영권 편법 승계임이 5일 검찰의 설명으로 분명해졌다. 비자금 수사는 경영권 승계의 비리를 밝히기 위한 과정이었던 셈이다. 결과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외환위기를 거치고 기업의 투명성이 절대적 명제가 된 이 시점에도 여전히 재벌이 검찰의 사건수첩에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재벌 총수나 유명 기업인이 검찰청사 앞에서 카메라 세례를 받는 일은 아직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과 그 형제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전 회장 등이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법정에 세워졌다.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 때는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들이 빠짐없이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검찰의 공적자금합동수사반은 망해가는 회사에서 수십억~수백억원의 공금을 빼돌린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선 지금도 삼성그룹의 에버랜드를 통한 경영권 편법 승계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수사는 어쩌면 현대차 수사의 예고편이었는지 모른다. 두 사건은 여러 모로 닮은 꼴이다. 편법(혹은 불법)으로 그룹 경영권을 2세에게 물려주려 한 점, 그 과정에서 알짜배기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해 세금 한푼 안내고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산을 2세에게 물려준 점이 그렇다.

국내 1, 2위 재벌이 동시에 같은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재벌 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불법이 아니었다고 말할지 모른다. 삼성은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저가 발행을 통한 이재용씨의 경영권 승계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해왔다.

불법인지 아닌지는 검찰과 법원이 판단할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이들의 행위가 국민 일반의 ‘정의 감정’에 크게 어긋나 있다는 사실이다. 법이 국민 다수의 정의 감정을 따르지 못할 때 법정에선 무죄가 날지 몰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마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법이 국민의 정의 감정에 어긋나면 궁극적으로 그 법 또한 고쳐져야 한다.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재벌들의 뒤엔 항상 김앤장, 태평양 같은 쟁쟁한 로펌(법률회사)들이 붙는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재벌기업의 비리를 추상같이 벌하던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방어 논리를 충실히 제공한다. 그 뿐인가.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거나 ‘국익을 해친다’ 는 등의 논리로 검찰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검찰 역시 이런 논리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 현대차 수사에 착수하면서 검찰 수뇌부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 때문에 고민했다고 하는 대목이 이를 말해준다.

검찰이 과연 이런 안팎의 장애물을 뚫고 과녁에 정확히 화살을 맞힐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이번 수사의 관전 포인트이다.

김상철 사회부 차장대우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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