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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인터넷 선거운동의 양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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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인터넷 선거운동의 양면성

입력
2006.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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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의사소통 도구의 등장은 정치에 큰 파장을 미친다. 그 파장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라디오가 선거와 국정운영에 활용되면서 대규모 메시지 전달이 가능해져 정치사회화와 시민교육이 촉진되기도 했으나, 일방적 의사전달과 선동정치를 통해 국민을 피동적 동원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TV가 나오면서 많은 사람이 정치에 친밀감과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피상적 이미지가 과도히 중요해지며 정치과정에 근본적 왜곡이 생겼다는 비판론도 공감을 얻었다.

●유권자와 쌍방향 의사소통 장점

이제는 인터넷 차례다. 요즘 인터넷은 사회생활의 여러 측면에서 엄청난 영향을 발휘하는데,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집회, 인쇄매체, 라디오, TV 등 전통적 도구가 여전히 활용되지만, 인터넷이 급성장하며 정치적 의사소통 수단 중 지배적 위치를 넘보고 있다.

특히 선거운동과 관련해 그렇다. 새로운 것에 무조건 거부반응을 보여선 안 되지만, 인터넷 선거운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현 시점에 그 명암이 무엇인지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의 경우를 보자. 이미 2004년 선거에서 이메일, 웹사이트, 블로그, 심지어 바이러스성 동영상을 이용한 자기선전과 상대방 비방이 선거운동의 핵심 수단이 되었고 상당한 효과를 냈다.

오늘날 그러한 인터넷 활용은 범위와 강도에서 나날이 도를 더해가고 있다. 덕분에 입후보자와 유권자 사이에 쌍방적 의사소통이 용이해지며 입후보자의 공약이 효과적으로 홍보되고 유권자의 역할은 보다 적극적 참여자로 변하고 있다. 지지자들의 열성과 충성심을 강화하는 데에 인터넷이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미국정치의 극단적 대결구도와 양극적 갈등을 북돋고 있다는 비판도 들린다. 라디오와 TV 등 공중파는 모든 유권자에게 무차별로 전달되는 반면, 이메일이나 홈페이지를 통한 선거운동은 특정 성향을 지닌 네티즌 유권자에게만 ‘집중과 선택’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공중파 선거운동이 평균적 유권자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어 아주 극단적 메시지를 담기에 적당치 않은 반면, 인터넷 선거운동은 주로 적극적 관심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보다 극단적, 자극적, 대결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2004년 대선에서 부시는 보수층을 집중 겨냥한 전략적 극단주의를 인터넷 덕택에 추구할 수 있었고, 사이버상의 자극적 수사로써 보수층을 흥분, 결집시켜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부시의 성공에 자극받은 다른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지지층 결집과 상대방 비방에 매달리면서 오늘날 미국정치는 중간적 목소리가 실종된 양극적 대결로 치닫고 있다.

5ㆍ31 지방선거를 앞둔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개정선거법 덕택에 홈페이지를 통한 상시 선거운동이 가능해졌고 인터넷언론사도 후보자 초청대담, 토론회 개최, 선거운동 광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가 약해진 데다 인터넷 사용인구의 급증, 선거 연령의 하강에 따른 네티즌 유권자의 증가 등이 겹쳐지며 온라인에서부터 선거운동이 뜨거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갈등 조장, 중간 목소리 실종시켜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평가는 한국에서도 양면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입후보자와 유권자 사이의 의사소통과 정보교환을 원활히 해주고 국민의 참여를 촉진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미국에서처럼 인터넷 선거운동이 모든 유권자에 호소하기보다는 잠재적 지지자를 집중적으로 자극, 동원하는 쪽으로 나아가 갈등의 수위를 과도히 높이고 온건한 중간적 목소리를 실종시킬 위험성도 있다.

이런 우려가 부질없는 것이면 좋겠지만, 벌써 온라인상 비방전이 가열되고 선관위의 사이버선거운동 관련 고발, 수사의뢰, 경고, 주의 촉구, 글 삭제 요청이 늘고 있다는 데서 기우만은 아닐지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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